[盧대통령 訪日 결산]韓日 전문가 평가

  • 입력 2003년 6월 9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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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훈(全星勳)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한일 정상회담에서 북핵 프로그램의 완전 폐기의 필요성을 재확인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대화 우선이냐, 압력 병행이냐를 둘러싸고 이견을 보임으로써 한국 정부가 앞세우는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 해법이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다. 최근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존 볼턴 국무부 차관 등 미 고위관리가 밝힌 북한 압박구상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압박 병행’ 발언이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마약, 일본인 납치 문제와 북핵 처리 연계” 발언도 정부로선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마약 판매대금, 재일교포의 빠찡꼬 송금 등이 미사일과 핵 개발 자금으로 사용된다는 의심을 갖고 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북-미 화해를 위해서는 핵개발과 함께 범죄행위가 종식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흐름을 한국 정부는 유념해야 한다. 핵문제뿐만 아니라 북한이 개입된 여러 국제문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해법을 구상하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구라타 히데야(倉田秀也) 일본 교린대 교수=한국과 일본 정부 모두 이번 회담을 북한 핵관련 정책의 균형을 잡는 기회로 활용했으며 전체적으로 두 나라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측면이 강하다. 지난달의 한미,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의 입김이 주로 반영돼 공동성명 내용도 대북한 강경론 쪽으로 기울었던 게 사실이다. 한일 양국이 직접 협의를 통해 이를 조금이나마 대화 쪽으로 옮기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한미일 3국간 공조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그동안 내심 부담스럽게 여겼던 대북 강경론의 톤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데 속내가 일치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북한 핵문제를 보는 양국의 시각에 다소 차이가 있어도 큰 문제는 안 된다.

양국 정상이 공동성명과 기자회견을 통해 ‘대화’와 ‘압력’을 강조하면서도 압력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점도 주목된다.

일본 정부는 대북 강경책을 바라는 국내여론 속에서 중심을 잡으려 애쓴 흔적이 있고, 한국 정부도 대화 중시 노선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손해 본 것은 없다.

▽주진오(朱鎭五·역사학)상명대 교수=과거사와 유사법제에 대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차분한 언급 태도는 바람직했다.

대일 관계의 파트너는 일본의 일부 극우 정치인이 아니라 일본 국민이다.

따라서 국내 여론을 의식한 강경발언으로 양국의 갈등의 골을 깊게 하는 대신 냉철하고 이성적인 발언을 통해 일본 국민에게 우리 주장의 정당성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평가한다.

유사법제도 같은 맥락에서 본다. 이 법은 여러 가지 면에서 잠재적 우려를 내포하고 있지만 이것을 곧바로 미래의 위기나 우려로 직결시켜 비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노 대통령이 우리 입장을 차분하게 전달해 일본 국민으로 하여금 이 문제가 동북아의 주요 쟁점이라는 점을 인식시키고 많은 논의를 통해 해결점을 찾도록 ‘공’을 던졌다고 본다.

이 ‘공’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이제 일본의 책임이다.

특히 한국의 선 굵은 외교방침과 달리 방일 직전 망언이 나오고, 일본 국회가 노 대통령의 도착일에 유사법제를 통과시킨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히라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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