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訪日 결산]'우호관계 日-中-美 順 중요' 발언 파장

  • 입력 2003년 6월 9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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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8일 ‘일본 국민과의 대화’에서 앞으로 우호관계의 중요성을 일본 중국 미국 순서로 거론한 데 대해 파장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우호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 나라를 들어 달라’는 질문을 받고 “일본이 첫 번째인 것 같다. 그 다음 중국이 크게 발전하면 일본과 한국 시장이 커진다”고 말한 뒤 미국을 마지막으로 꼽았다.

일본 국민과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에 일본을 첫 순서로 내세운 것은 ‘외교적인 배려’로도 이해된다. 그러나 중국을 미국보다 우선순위에 둔 것은 노 대통령이 생각하는 미일중 3국에 대한 속내를 내보인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에 따라 한미 정상회담으로 다져놓은 동맹 강화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각국의 순위를 매기는 것은 두고두고 외교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우회적으로 비켜 나가야 했다고 지적했다.

외교안보연구원 김태효(金泰孝) 교수는 “한반도 안보 환경이 한미동맹 중심 구도에서 바뀐 것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른 형식으로 발언해야 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 발언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에 유의하고 있다”며 “이번 발언은 일본 국민조차 신뢰하지 않을 뿐더러 한미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언급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지리적인 친밀도를 거론한 것”이라면서 “미국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노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최우선시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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