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신화통신 '전쟁 후유증 앓는 바그다드' 르포

  • 입력 2003년 6월 9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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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가 패전 이후 포르노영화 등 서양문화의 범람과 인신매매, 살인 등 각종 사회 범죄로 더욱 황폐해지면서 심각한 전쟁 후유증을 앓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참고소식’지는 사담 후세인 정권 몰락 후 이라크가 무정부 상태에 빠지면서 전통적 가치관과 사회 질서 파괴라는 ‘제2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최근 현지취재를 통해 전했다.

▽저질 서양문화 범람=젖가슴을 훤히 드러낸 요염한 할리우드 여배우, 피가 사방으로 튀는 폭력과 살인 장면. 수도 바그다드의 영화관에 나붙은 간판과 포스터는 자극적인 그림 못지않게 섹스와 욕망이라는 선전 글귀들로 가득 차 있다. 이라크가 금욕을 미덕으로 여기는 이슬람 국가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기관총을 든 실베스터 스탤론과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액션영화 간판을 보고 영화관에 들어가면 실제로는 각종 변태장면을 담은 포르노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돈만 내면 어린이들도 입장시켜 준다.

바그다드의 팔레스타인호텔 앞에는 스코틀랜드 위스키, 프랑스 코냑, 동유럽 보드카 등 각종 수입 양주들이 즐비하다. 길거리에서도 양주를 판다. 이런 탓인지 대낮에도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청년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범죄 난무=지난달 30일 바그다드 시내 한복판에서 총을 든 인신매매단이 공공연하게 10대 소녀를 납치하는 사건이 벌어졌으나 시민들은 울부짖는 소녀를 보고도 이를 저지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바그다드에는 주로 10대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부녀자 인신매매 사건이 하루 1건꼴로 일어나고 있다. 몸값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윤락업소와 결탁한 인신매매 시장에 팔아넘긴다.

최근 바그다드 시내에는 티셔츠에 ‘살인청부’라고 안내문을 쓴 조직폭력배 4명이 거리를 활보해 시민들이 경악했다.

청부업자 대부분은 이라크전쟁 직전 사면을 받았던 범죄자들. 후세인 정권 때 기득권층에 원한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데 착안한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전쟁으로 인해 총기 구입이 쉬워지면서 상점 약탈, 성폭행, 살인, 마약 거래 등 각종 범죄 조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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