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있는 목소리, 김대중-박정희-노무현 대통령

  • 입력 2003년 6월 9일 14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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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정감있는 목소리의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 정감이 가장 떨어지는 목소리의 대통령은 최규하 전 대통령."

소리공학자인 숭실대 배명진 교수가 '목소리 다정 도우미 시스템(Voice Feeling Monitor System)'을 이용해 전현직 대통령 9명의 연설 목소리 평균 정감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배 교수는 MBC 라디오 정치다큐멘터리 '격동 50년'의 이순곤 PD로부터 역대 대통령 연설을 녹음한 10분 분량의 음성 자료를 제공받아 정감도를 분석해 9일 그 결과를 공개했다.

배 교수가 최근 개발한 다정 도우미 시스템은 목소리의 다정함을 수치로 계량화해 백분율로 표시하는 첨단 시스템. 보통 사람 목소리의 평균 정감도는 약 50%. 영국 BBC TV 뉴스의 정감도는 70%, KBS TV 뉴스 정감도는 55%로 나타난 바 있다. 연설 시의 목소리는 보통 때의 목소리보다 10% 정도 낮게 정감도가 나타난다.

배 교수는 "이 시스템에선 사람 목소리의 정감도를 판단하는 데 음의 높낮이나 억양의 변화 등이 중요 기준이 된다"면서 "그렇다보니 사람들이 평소 대통령 목소리에 대해 느끼는 정감도와 다를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번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정감도가 가장 높은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정감도 54.2%)로 나타났고 박정희 전대통령(52.7%) 노무현 대통령 (49.8%)이 2, 3위였다. 그리고 김영삼(48.3%) 전두환(44.7%) 윤보선(40.1%) 노태우(36.6%) 이승만(34.6%) 최규하(32.1%) 전 대통령이 뒤를 이었다.

1~3위를 차지한 김대중 박정희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정감도 평가의 중요 기준이 되는 음높이의 변화가 풍부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배 교수는 "이들 3명의 전현직 대통령은 수많은 대중 연설 경험을 바탕으로 순간 순간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면서 "특히 음높이의 변화를 다양하게 구사해 목소리 정감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2002년 연두교서 발표 때에는 아주 병약해진 상태여서 목소리의 정감도가 36%로 최악이었으나 건강을 회복한 이후나 그 이전의 목소리는 역대 대통령 중 최고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반대로 8,9위를 차지한 이승만 최규하 전 대통령은 말을 할 때 입을 크게 움직이지 않는데다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고 목소리의 높낮이 변화가 거의 없이 평탄해 정감도가 낮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 목소리 무늬 분석 그래프에서도 김대중 박정희 전 대통령 목소리는 변화가 풍부한 곡선 모양을 나타냈고 이승만 최규하 대통령의 목소리는 변화가 거의 없는 일(一)자 모양을 보여주었다.

이번 분석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올 3월 '평검사와의 대화' 당시 노 대통령 목소리의 정감도. 대화 시작 때 49%였던 정감도는 노 대통령이 "이쯤하면 막가자는 거지요?"라고 말할 때 56%로 늘어났다. 예상과 달리 정감도가 오히려 높아진 것에 대해 배 교수는 "당시 노 대통령의 목소리가 다정했다기 보다는 노 대통령이 감정이 흥분된 상태였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흥분하긴 했지만 노 대통령이 화를 내지 않고 잘 삭였기 때문에 오히려 정감도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순간 순간의 상황 변화에 따라 정감도의 변화 폭이 가장 큰 대통령은 윤보선 전두환 전대통령, 노 대통령 순이었다. 반면 변동 폭이 가장 적은 대통령은 김대중 이승만 김영삼 전 대통령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정감도 분석을 계기로 배 교수는 숭실대생 1000명을 대상으로 전현직 대통령 이미지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외모에서 풍기는 정치적 달변가형 이미지' 항목에선 노 대통령,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각각 1,2,3위를 차지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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