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336…아메 아메 후레 후레(12)

  • 입력 2003년 6월 8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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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큐 파파 큐큐 파파 저녁 노을에 물든 하늘 아래를 달리다가 왠지 문득 큐큐 파파 어머니가 숨을 거두기 직전 손과 손을 마주 잡고 눈과 눈을 마주했던 일이 생각났다 턱이 약해져 닫히지 않는 입 속에서 희미하게 혀가 움직이고 큐큐 파파 우철아 엄마 손 좀 잡아 다고 우철아 엄마 눈 좀 봐 다고 어머니는 나를 형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큐큐 파파 어머니의 눈에 마지막으로 비친 것은 내 눈이었는데 어머니는 형이 임종을 지켜보는 줄 알고 죽어갔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짜다 땀이 말라 소금이 닥지닥지 생겼다 한 차례 땀을 더 흘려야겠다 권투 클럽까지 전력질주다 파아 폐에 고여 있는 숨을 끝까지 다 토해내고 큐우 코로 단숨에 숨을 들이쉬고 우곤은 출발선에 섰을 때처럼 온 몸의 근육을 바짝 긴장시키고 자신 이외의 모든 것을 침묵시켰다 등번호 229 경상남도 대표 이춘식 선수 1번 라인에 정렬 요이 땅!

태양이 마음산 뒤로 모습을 감추면서 종남산과 이어져 있는 청룡산과 백호산의 둥그스름한 봉우리 봉우리를 잔영으로 물들였다. 강가 길에는 가로등이 뿌연 빛을 발하고있는데 한 소녀가 강가 바위에 앉아 소슬바람을 맞으며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아메 아메 후레 후레

카아상가

자노메데 오무카이

우레시이나

핏치핏치 찻푸찻푸

란란란

발치에 검정 고무줄이 뱀처럼 길게 늘어져 있다. 소녀의 두 친구는 산자락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자, 하나 둘 빠져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서두르는데, 소녀에게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사연이 있었다.

에이코는 오른손을 머리에 올렸다. 해가 떨어졌는데도 아직 뜨겁다. 태양이 머리도 태워버릴 수 있을까? 겁이 난다. 미야케 선생님이 이과 수업 시간에 볼록 렌즈로 태양의 빛을 모아 신문지를 태운 일이 있는데, 그때는 정말 무서웠다. 누가 볼록 렌즈로 내 머리를 노린다면 어떻게 될까? 무섭다. 에이코는 집게손가락으로 모래를 찔러 물에 흩뜨리면서 허공을 바라보았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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