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으르르…" 돌아온 헐크 …영화 '헐크' 국내개봉

  • 입력 2003년 6월 8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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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세요. 저 헐크입니다. 화가나면 4m로 커져 옷이 찢어지는 녹색 괴물… 20여년만에 돌아왔습니다. 힘도 능력도 더 세졌지요. 원자폭탄 맞고도 끄덕 없으니까요.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선 정상으로 돌아오는   보통 남자입니다. 세상은 여전히 나를 분노하게 하는군요. '와호장룡' 만든 리안 감독 덕에 더 멋진 액션 보여드리겠습니다.
기억나세요. 저 헐크입니다. 화가나면 4m로 커져 옷이 찢어지는 녹색 괴물… 20여년만에 돌아왔습니다. 힘도 능력도 더 세졌지요. 원자폭탄 맞고도 끄덕 없으니까요.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선 정상으로 돌아오는 보통 남자입니다. 세상은 여전히 나를 분노하게 하는군요. '와호장룡' 만든 리안 감독 덕에 더 멋진 액션 보여드리겠습니다.
●영화 ‘헐크’ 내달4일 국내 개봉

80년대 초 TV에서 방영된 ‘헐크’ 시리즈를 기억하는가. 선량한 과학자 브루스 배너(빌 빅스비)가 극도로 분노하면 초록빛 괴물 헐크(루 페리뇨)로 변해 악당들을 물리치는 내용으로 국내에서도 꽤 인기를 끌었다.

이 시리즈의 원작은 1962년 마블코믹스가 출간한 만화. 그 헐크가 이번엔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의 기술을 자랑하는 화려한 블록버스터 영화로 우리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영화 '헐크'는 '와호장룡'으로 2001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대만 출신 리안(李安) 감독의 최신작. 미국에선 20일, 한국에선 7월 4일 개봉된다.

●리안과 블록버스터

“리안 감독이 만들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작품이다.”

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헐크’ 시사회를 지켜본 기자들의 한결같은 소감이다. 초기작 '결혼피로연'에서 '와호장룡'에 이르기까지 정적이면서도 동양적 정서를 표현해온 그가 이번엔 작정하고 가장 할리우드적인 블록버스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탄생한 ‘헐크’의 장쾌한 액션은 '매트릭스 2: 리로디드'에 못지않은 감탄을 자아낸다.

실험 도중 사고로 감마선에 과다 노출된 과학자 브루스 배너(에릭 바나)는 극도로 화가 나면 키 4m에 무한정의 힘을 가진 녹색 괴물로 변한다. 그가 어릴 적에 아버지 데이비드(닉 놀테)가 아들에게 유전자 조작 약물을 주입한 것이 원인이었다. 초반 20여분은 이 과정을 설명하느라 다소 늘어지지만 헐크가 본격 등장한 이후에는 숨돌릴 틈 없는 액션으로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다.

아들을 극한의 초인으로 만들려는 아버지, 헐크를 국가안보의 위협대상으로 보고 제거하려는 로스 장군(샘 엘리엇)과의 갈등이 영화의 두 축을 이룬다. 여기에 로스 장군의 딸 베티(제니퍼 코넬리)가 헐크를 유일하게 이해하고 사랑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이 영화에는 리안 감독이 기존 영화에서 추구해온 '인간 내면의 억압적 욕망과 갈등'이 많이 녹아있다. 이성적으로는 헐크가 되고 싶지 않은 주인공과 통제할 순 없지만 프랑켄슈타인처럼 악하지 않은 헐크는 선악 대결의 단순 구도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하지만 관객들의 관심은 철학적 메시지보다는 헐크의 화려한 액션에 쏠릴 것이 분명하다.

영화에서 샌프란시스코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릴 정도의 엄청난 초능력을 선보이는 괴물 ‘헐크’. 사진제공 UIP코리아

●달라진 헐크

TV시리즈의 헐크는 보디빌더 출신의 배우 루 페리뇨가 연기했지만, 브루스 배너 역을 맡은 에릭 바나는 1165개의 근육모양을 제작한 특수효과 덕에 대역을 쓸 필요가 없어졌다. TV 시리즈에서 헐크가 초능력을 발휘하는 장면은 슬로 모션으로 처리됐지만 영화 '헐크'에선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현란하고 날렵하다. 그는 경신술(輕身術)을 터득한 듯 수십미터를 날아올라 계곡 사이를 껑충껑충 뛰어다니고 미국 최신예 탱크 에이브레햄 A1 탱크의 포탄이나 헬리콥터의 벌컨포 세례를 맞아도 끄떡없이 반격을 시도하는 막강 철인으로 등장한다. 더구나 F15 비행기에 매달려 성층권 직전까지 올라간 뒤 바다로 떨어져도 별다른 충격 없이 살아나 샌프시스코 시내를 쑥밭으로 만들고, 정통으로 원자폭탄을 맞아도 살아나는 것을 보면 불사신의 수준까지 올라간 듯 하다.

이같은 만화적 상상력은 할리우드의 감성과 짝을 맞춘다. 아무도, 어떤 것도 막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던 헐크가 사랑하는 연인 앞에서는 다시 정상적 인간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면 리안 감독 말마따나 “(사랑의 환상을 깨뜨리지 않으려는) 할리우드의 정서를 무시하기는 힘든” 것 같다.

로스앤젤레스=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헐크' 만든 리안감독▼

‘결혼피로연’ ‘음식남녀’ ‘아이스 스톰’ 등 가족을 화두로 삼은 탄탄한 드라마를 만들어온 리안(李安·사진) 감독. 2001년에는 신개념 무협영화인 '와호장룡'을 들고 나와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 이번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능가하는 액션영화 '헐크'를 만들었다. 그를 6일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났다.

-이전 작품들과 비교하면 ‘헐크’는 180도 방향 전환을 한 것 같다.

“75도 밖에 안바뀌었다.(웃음) 제작에 들어간 예산이나 기술만 보면 전형적 할리우드 액션영화같지만 그렇게 봐주지 않았으면 한다. 표현 형식만 달리했을 뿐 과거 영화처럼 인간의 억눌린 내면세계와 욕망을 그렸다. '헐크'가 그런 면에서 딱 맞는 소재였다. 그림에 비유하자면, 이전엔 먹 붓으로 그리던 그림을 이번엔 유화 붓으로 그렸을 뿐이다.”

-원작 만화와의 차이점은?

“만화가 나왔을 때와 시대가 바뀌다보니 유전자 조작이나 나노 기술, 기억의 문제 등을 새롭게 덧붙였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관점과 동양적 시각을 집어넣으려고 노력했다.”

-동양적 시각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알다시피 동양에서 억압적 상황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가부장적 제도다. 특히 부자간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브루스에게 '내가 네게 생명을 주었으니 너는 나에게 힘이 되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대사는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동양의 가족제도에서 개인은 대를 잇는 가문의 사다리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그 같은 운명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영화에서 표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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