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79>朝 露(조로)

  • 입력 2003년 6월 8일 1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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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 露(조로)

朝-아침 조 露-이슬 로 玲-선명할 영

宿-잘 숙 菌-세균 균 唯-오직 유

朝는 해(日)가 풀밭(+) 사이에 떠 있고 달(月)이 아직 지지 않고 남아 있는 모습으로 ‘아침’을 뜻한다. 참고로 해(日)가 지평선(一)에 떠 오른 상태가 旦(아침 단), 나무(木) 사이에 걸려 있는 상태가 東(동녘 동), 아직 떠오르지 않은(未) 상태가 昧(어두울 매)다. 물론 해와 달이 함께 있다면 그만큼 밝을 것인데 그것이 明(밝을 명)자다.

露는 길(路) 위에 비(雨)가 와 있는 것을 뜻한다. 옛날 사람들은 과학지식이 없었으므로 그저 하늘이 밤사이에 비를 살짝 뿌린 것으로 여겼다. 굳이 ‘길’을 따온 것은 길을 걸을 때 쉽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露의 본 뜻은 ‘이슬’이 된다. 또 이슬은 玲瓏(영롱)하여 쉽게 드러나 보이므로 ‘드러나다’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

朝露라면 ‘아침이슬’이 된다. 비록 수정알처럼 玲瓏함을 자랑하지만 해만 나오면 금새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朝露라면 ‘한 순간’, ‘덧없음’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莊子(장자)의 逍遙遊(소요유)에 나오는 朝菌(조균·아침에 났다가 저녁에 사라지는 버섯의 일종)과도 같다고나 할까. 그것은 우리 인생과도 같다. 천년만년 살면서 온갖 富貴榮華(부귀영화)를 다 누릴 것 같지만 백년도 못 사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천하를 손에 넣고 부러운 것이 없었던 秦始皇(진시황)도 不老長生(불로장생)을 위해 발버둥쳤지만 고작 50세를 사는데 그쳤을 뿐이다. 여기서 朝露는 ‘인생의 덧없음’도 뜻하게 되었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浮雲) 역시 덧없기는 마찬가지라 흔히 浮雲朝露(부운조로)라고 하기도 한다.

삼국시대의 영웅 曹操(조조)는 북방을 차지하고 나서 금주령을 내렸다. 술의 속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만한 애주가도 없었다. 삼국지를 보면 그는 대군을 출동시키기에 앞서 곧잘 술잔치를 벌인다. 그가 지은 短歌行(단가행)을 보자.

對酒當歌(대주당가)-술독을 앞에 두고 노래 부르자

人生幾何(인생기하)-인생이 무릇 얼마이더냐?

譬如朝露(비여조로)-아침 이슬처럼 덧없는 것을

去日苦多(거일고다)-지나간 고통은 또 얼마였던고?

慨當以慷(개당이강)-주먹 불끈 쥐고 울분을 토해도

憂思難忘(우사난망)-지나간 근심은 잊을 수 없어라

何以解憂(하이해우)-아! 어찌하면 잊을까?

唯有杜康(유유두강)-오직 두강주뿐인 것을.

일세 영웅 曹操의 눈에도 인생은 고작 朝露로 보였던 것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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