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와 性]피부여, 유혹하라

  • 입력 2003년 6월 8일 17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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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피부와 문신은 성적 욕구를 증대시킬수 있다. 팔에 문신을 새긴 배우 안젤리나 졸리(왼쪽 위)와 축구선수 안정환(왼쪽아래).동아일보 자료사진
건강한 피부와 문신은 성적 욕구를 증대시킬수 있다. 팔에 문신을 새긴 배우 안젤리나 졸리(왼쪽 위)와 축구선수 안정환(왼쪽아래).동아일보 자료사진

“어머. 멋있다.”(아내)

“저게 뭐가 멋있어? 몸도 비쩍 말랐는데….”(남편)

“왜. 섹시하잖아. 저 팔 위쪽 문신 말이야.”(아내)

“그런가? 난 잘 모르겠다.”(남편)

지난달 31일 한일 축구전. 안정환 선수가 결승골을 터뜨린 뒤 웃통을 벗어던지며 관중석으로 달려가는 골 세리머니를 지켜보던 김모씨(34·서울 강서구 화곡5동) 부부의 대화다.

피부가 성적(性的) 매력의 척도라면 심한 표현일까. 그렇지 않다. 문신과 화장은 이성을 유혹하는 고도의 무기(武器)가 될 수 있다. 피부는 군인으로 치면 최전선에 서 있는 보병과도 같다. 우리는 가장 먼저 피부에서 성적 유혹을 느낀다.

▽피부와 성(性)=성의학자들은 남성은 ‘보면서’ 성적 욕구가 생기거나 흥분이 고조된다고 말한다. 남성의 성적 욕구를 자극하는 감각은 시각이 80%, 청각이 15%, 기타 감각이 5% 정도라는 연구도 나와 있다. 반면 여성은 상대를 만지거나 소리를 들으면서 성욕이 생기거나 흥분이 고조된다고 알려져 있다.

섹스를 할 때 남성은 눈을 뜨고 여성은 눈을 감는다는 얘기나 남성은 조명을 밝히기를 원하고 여성은 끄기를 원한다는 말도 성의학적으로는 일리가 있는 셈이다.

탄력이 있고 매끄러우며 부드러운 피부를 건강한 피부라고 한다. 건강한 피부는 성욕을 자극한다. 정신의학자들은 이에 대해 “좋은 유전자를 추구하는 동물적 본능의 발현”이라고 분석한다. 건강한 피부를 좋은 유전자와 동일시하면서 그런 피부를 갖춘 이성을 ‘적절한 섹스 상대’라고 해석한다는 것. 이런 의미에서는 햇볕에 그을린 피부가 성욕을 자극한다는 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구릿빛’ 피부가 질병이 없으며 활력이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또 하얀 피부보다 까무잡잡한 피부가 신체의 윤곽이 뚜렷하고 날씬해 보이는 효과를 준다.

적절한 섹스 상대란 해석은 사회적 통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가령 지위와 힘을 가진 남성을 좋은 유전자로 규정하는 여자에게 남성이 좋은 피부를 가졌다고 해서 성적 매력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년으로 접어들면 성적 매력이 떨어지는 것도 피부와 관계가 있다. 피부가 탄력을 잃으면서 좋지 않은 유전자란 인식을 하기 때문이다. 의학자들은 “만약 고령자가 젊은 사람의 피부를 이식할 수 있다면 성적 매력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한다. 여성은 임신을 하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량이 뚝 떨어진다. 또 멜라닌 색소가 많이 분비되면서 유두가 검은 빛으로 변하고 배의 가운데로 ‘임신선’이 생긴다. 이는 ‘모성 보호를 위한 피부의 장치’다.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성적 매력 방출을 막기 위한 장치라는 해석이다. 실제 아이를 출산하면 유두는 어느 정도 종전의 색깔을 되찾는다.

▽유혹과 피부 화장=많은 동물이 짝짓기를 할 때 페로몬을 흘려 냄새로 상대를 유혹한다. 그러나 사람은 동물처럼 냄새를 흘리지 못한다. 성의학자들은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면서 후각이 퇴화됐다고 보고 있다.

최근에는 인간의 체취를 페로몬으로 보는 과학자들도 많다. 미국 모넬 화학감각연구소의 실험에서는 남성의 겨드랑이에서 나오는 땀 냄새를 맡은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기분이 편안해지고 배란기에 늘어나는 황체호르몬의 농도도 크게 늘었다. 성의학자들은 화장을 동물의 냄새 흘리기와 동일시한다. 최근 페로몬 향수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성의학의 관점에서는 분을 발라 피부를 부드럽게 하고 립스틱을 발라 입술을 도톰하게 하는 행위는 모두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본능이다.

성의학자들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문신과 피어싱, 보디페인팅도 넓은 의미에서 화장으로 규정한다. 피부를 조작해서 이성에게 성적 매력을 발산하기 위한 도구란 점에서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

문신은 원래 종교적 상징이나 죄수를 단죄할 때 사용됐다. 조선시대만 해도 도둑에게는 ‘도(盜)’를, 장물아비에게는 ‘와주(窩主)’라는 글자를 팔에 새겨 넣었다.

남태평양 사모아 섬의 한 부족은 성인이 되면 남자 생식기에 문신을 새긴다. 조선시대의 대표적 탕녀로 꼽히는 어우동은 자신과 관계를 맺은 남성의 이름을 자신의 몸에 모두 새겼다. 이런 풍습을 당시 ‘연비(聯臂)’라고 불렀다. 배꼽, 귀 등 몸의 일부분을 뚫는 피어싱은 가학적이면서 피가학적인 속성을 모두 갖고 있다. 성의학자들은 피어싱이 가장 관능적이면서 도발적인 피부 꾸미기라고 해석한다.

(도움말=부산대 의대 산부인과 김원회 교수,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류인균 교수,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오갑성 교수, 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민걸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문신해도 괜찮을까?▼

문신이 갑작스레 주목을 받고 있다. 안정환 선수가 부인에 대한 사랑을 담은 문신을 팔에 새겨 화제를 불렀는가 하면 병역 면제를 받기 위해 온몸에 문신을 새긴 사람들이 사법당국에 적발돼 눈살을 찌푸리게도 했다.

‘문신은 조직폭력배의 전유물’이란 생각은 더 이상 맞지 않는다. 노출의 계절. 많은 젊은이들이 튀기 위해, 예쁘게 보이기 위해 문신을 하고 있다.

▽문신의 종류=월드컵 기간 중 태극무늬나 축구공 무늬를 얼굴에 그린 사람이 많았다. 페이스 페인팅이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페인팅하기 위해 생긴 게 스티커형 문신이다. 스티커를 문신하려는 부위에 대고 문지르면 된다. 이들은 언제든지 지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최근 유행하는 것이 이른바 ‘헤나’라고 불리는 한시적 문신이다. 보디 페인팅의 일종으로 그림을 그리는 경우다. 전혀 아프지 않으며 2주 정도 지나면 자연적으로 없어진다.

영구적 문신은 침을 이용해 염색약을 피부에 넣는 방식이다. 염색약은 피하지방 바로 위에 붙어있는 진피까지 들어간다. 표피가 벗겨져도 문신이 지워지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레이저 요법 등으로 어느 정도 지울 수 있지만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문신, 안전한가=영구적 문신이 아니면 대부분 식물성 염료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알레르기 체질인 경우 염료를 미리 팔 안쪽에 2∼3일간 30∼60초 문질러보고 별 이상이 없으면 문신을 하도록 한다. 또 문신한 부위가 가렵거나 붉게 변하면 바로 지우고 병원을 찾도록 한다.

영구적 문신을 할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은 감염이다. 대부분 병원이 아닌 장소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주변 위생상태와 염색약을 찔러 넣는 침 등 시술도구의 안전성이 문제다. 각종 바이러스와 세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또 주사나 침을 맞을 때 피부가 부풀어 오르는 ‘켈로이드’ 체질은 문신을 하기 전에 먼저 병원에서 피부 진단을 받는 게 좋다. 알레르기 체질인 경우 문신 뒤 심하게 가렵고 이물감을 느낀다면 바로 병원을 찾도록 한다.

영구적 문신은 검은색과 붉은색일 때 제거가 비교적 쉽다. 그러나 문신이 지나치게 오밀조밀하거나 염색약이 강하면 제거는 어렵다. 또 설령 제거한다 해도 흔적이 남는다. 일반적으로 피부과 의사들은 문신을 하지 말도록 충고한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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