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밑에 묻어둔 포도주 운명은?

  • 입력 2003년 6월 8일 1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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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 상 밑의 포도주는 무사할까."

최근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예비공사가 시작되면서 국회 뜰의 해태 상 밑에 묻어 놓은 포도주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포도주의 유래는 박정희(朴正熙) 정권 시절인 지난 75년 8월15일 국회가 여의도로 이사를 오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의사당의 화재를 예방하려면 화기(火氣)를 막는 영물(靈物)인 해태의 상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해태 제과가 이를 2개 기증하면서 당시 순수 국산와인으로 처음 생산된 '노블와인'을 기념으로 묻은 것.

이길성 국회 관리국장은 "당시 김장용 대형 독 2개에 포도주 50병씩을 넣어 총 100병을 의사당 정문 출구 쪽의 해태 상 밑 5m 지점에 묻었다"며 "100년 후에 개봉해보자는 말들이 있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일설에는 박 대통령이 통일이 될 때 축배를 들자는 취지로 묻게 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는 국회역 공사가 시작됨에 따라 행여 포도주를 담은 독이 깨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관련, "지표에서 20m 아래 지하에서 굴착공사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해태상과 포도주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지하철이 해태 상 근처를 지나가게 돼 있고, 공사엔 기중기 굴착기 등 대형장비들이 동원될 수밖에 없어 결국 진동에 의해서라도 대형 독과 포도주가 무사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창혁기자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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