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지도 못하는 어업지도선' 동승 르포

  • 입력 2003년 6월 6일 2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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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시간을 10여분 앞둔 5일 오전 5시경 인천 옹진군 연평도 당섬 부두.

짙은 해무(海霧)사이로 인천을 오가는 정기 여객선인 실버스타호 바로 옆에 옹진군 어업지도선인 214호(103t급)가 나란히 정박해 있었다. 곧이어 굉음소리가 귓전을 때리며 어업지도선의 엔진이 돌기 시작했다.

기자가 탄 어업지도선은 꽃게잡이 배들이 인천 해양경찰서 연평출장소에 출어신고를 마치기 35분 전 부두를 출발했다.

어업지도선은 꽃게잡이 배들보다 항상 일찍 조업현장으로 달려 나간다.

1977년에 만들어진 214호는 내부 시설이 낡고 기관 성능이 675마력에 불과해 10t급 꽃게잡이 배(1000마력)와 엇비슷한 시간에 어장에 도착하려면 먼저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두를 출발한지 50여분 지났을까. 옅은 해무 뒤로 희미하게 쫓아오던 어선 3척이 어느 새 지도선을 앞질러 어장으로 내달렸다.

214호 지도선의 최대 속력은 10노트. 18∼20노트의 속도를 내는 꽃게잡이 어선에 비해 워낙 느려 연평도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꽃게잡이 어선과 나란히 물살을 헤치는 모습은 어른과 어린이의 100m 달리기 경주를 연상시킨다.

더욱이 9명이 정원인 이 지도선의 현재 승선 인원은 6명에 불과해 꽃게잡이 배들의 지도단속은 물론 기관 고장 때 예인을 하거나 긴급 환자가 생겼을 때 수송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14호 조영규 선장(47)은 “어선들이 어장을 월선하거나 불법행위 하는 것을 적발해도 기동성이 떨어져 따라잡지 못하는 등 단속의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행히 올해는 꽃게가 많이 잡혀 조업구역을 이탈하는 사례가 1건 밖에 없었지만 지금의 선박으로는 날아다니는 것과 진배없는 꽃게잡이 배를 단속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옹진군은 낡은 214호를 최신형으로 교체하기 위해 지난해 60억원의 예산을 행정자치부에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인천시는 지난해 서해교전 후 9월부터 시 어업지도선(140t급)을 추가로 연평 지선어장에 배치해 꽃게잡이 조업구역 위반 등 지도단속 업무를 강화했다.

옹진군 관내 어업지도선은 현재 5척. 636척의 어선에 대한 어업 지도업무를 맡고 있어 지도선 한 척당 127척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북한이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지 않는 등 옹진군 지역 지선어장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어 어업지도선의 추가 배치와 현대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인천 옹진군 관계자는 “어민들의 안전한 조업과 지도 단속 업무를 위해서는 어업지도선의 현대화와 증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평도=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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