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여성 자폭테러 33명 사상

  • 입력 2003년 6월 6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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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맞서 독립투쟁을 벌이고 있는 체첸에서 최근 여성들의 자폭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5일 아침(현지시간) 체첸 접경 모즈도크 러시아군 기지에서 6km 떨어진 철도 건널목. 회색 외투를 입은 한 체첸 여성이 기지로 향하던 러시아군 버스에 다가와 “태워달라”고 사정했다. 요구가 거절되자 이 여성은 갑자기 몸에 숨기고 있던 폭탄을 터뜨렸고 버스에 타고 있던 러시아 군인과 군무원 등 18명이 죽고 15명이 부상했다. 러시아 보안 관계자는 “이 여인이 버스를 타고 기지 안으로 들어갔으면 큰 타격이 있었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달 14일에도 체첸의 한 마을에서 열린 이슬람교 종교 행사 도중 2명의 여성이 친(親)러시아 정부 수반인 아흐마드 카디로프 대통령을 겨냥해 몰래 가지고 들어온 폭탄을 터뜨려 26명이 죽고 140명이 다쳤다.

지난해 모스크바 극장 인질극에 가담했던 여성 전사들도 모두 몸에 폭탄을 두르고 진압작전에 대비했으나 러시아 당국이 살포한 독가스에 의식을 잃고 미처 폭탄을 터뜨리지 못한 채 사살됐다.

러시아군에 비해 전력이 열세인 체첸반군에 있어 자폭 공격은 러시아군에 대항하는 주요 수단이며 최근 들어 여성들의 가담이 부쩍 늘었다. 러시아 NTV는 체첸전쟁에서 남편이나 형제를 억울하게 잃은 여성들이 복수심과 좌절감 때문에 기꺼이 자폭 공격을 자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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