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류장 경기버스 '홀대'…버스는 다니는데 안내판 없어

  • 입력 2003년 6월 6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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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버스가 행정적인 시스템 미비로 정류장 안내판에 제대로 표기되지 못하고 있다. 5일 고양시 일산과 여의도를 오가는 버스가 해당 번호가 없는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 정류장에 정차하고 있다. 박영대기자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버스가 행정적인 시스템 미비로 정류장 안내판에 제대로 표기되지 못하고 있다. 5일 고양시 일산과 여의도를 오가는 버스가 해당 번호가 없는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 정류장에 정차하고 있다. 박영대기자
《지난달 25일 송한주씨(71·경기 고양시 일산구 장항동)는 서울 여의도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낭패를 봤다. 버스정류장 안내판에 자신이 타야할 버스번호가 적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산에서 여의도를 오가는 좌석버스가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을 지난다는 말을 듣고 일대 버스정류장을 여러 곳 찾아다녔지만 안내판에는 1008번인 해당 버스의 번호가 적혀있지 않았다. 행인들에게 물어봤으나 모르겠다는 손사래 세례만 받으며 30여분 헤매는 동안 갑자기 한나라당 당사 앞 정류장에서 막 출발하는 1008번 버스를 발견하고는 황당했다.》

수많은 경기도 등록 버스가 서울을 오가고 있지만 서울시내 버스정류장 안내판에는 이들 버스의 번호가 적혀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골탕을 먹는 것은 시민뿐이다.

▽실태=4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후문 시내버스 정류장. 안내판에는 일산행 921번 버스번호가 역시 빠져있다. 인근 상인들은 “번호는 없지만 정류장에 서 있으면 버스가 선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근 홀트아동복지재단 정류장에는 해당 버스번호가 표기돼 있는 등 뒤죽박죽이다.

1008번 버스정류장인 한나라당 당사 앞 노점상도 역시 “아는 사람들은 잘 알고 타고 다닌다”며 “번호는 없지만 30분(버스 회사측은 20분이라고 밝힘) 정도 기다리면 버스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청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이런 문제로 시민들의 항의 전화를 받곤 한다”며 “관내에 타지역 버스가 많이 다니는 강남구(분당행)나 영등포구(안양 평촌행), 중랑구(구리행) 등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등록 버스업체 관계자는 “서울 버스회사와 같은 번호를 가지고 공동노선을 운영하다가 서울회사가 노선을 포기하면 경기버스가 계속 운행됨에도 불구하고 정류장 안내판에서 그 번호는 사라지기 일쑤”라며 “답답한 마음에 직접 번호를 붙여보기도 하지만 규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떼이곤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일 왜 일어나나=서울시내 정류장 안내판 관리는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 대행사를 두고 관리한다. 이 때문에 조합원이 아닌 경기도 버스번호 안내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린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김종원 이사장(60)은 “경기도 버스안내 문제는 원칙적으로 경기도조합 몫”이라며 “조합은 조합원의 이익을 반영해야 하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정류장 표기 문제와 관련해 경기도나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으로부터 어떤 요청도 받은 적이 없지만, 요청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대중교통과와 경기도 교통과는 버스 번호판에 무관심한 상태. 담당 공무원들은 모두 버스 안내절차에 대해 “모른다”로 일관했다.

정류장 안내판 관리 실무를 맡고 있는 서울시 모 구청 관계자는 “시민들의 민원이 있을 때 가끔 경기도 버스번호도 안내가 될 수 있도록 시청과 버스운송조합측에 공문을 보내지만 제도화된 행정체계가 없어 아직까지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5월 현재 경기도 평촌이나 일산, 분당, 구리 등지에서 서울을 오가는 버스는 223개 노선에 2853대이며 대당 평균 운행횟수는 하루 5∼8회에 달한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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