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 딴청…美불만 고조"

  • 입력 2003년 6월 6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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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귀가 먹었나, 딴청을 하는 건가.’

최근 북한의 핵무기 개발 실태를 비롯한 한반도 관련 주요 정보를 한국 정부 당국이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 미국 정부측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미 정보당국은 한국측과의 정보 협조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을 방문해 미 국무부와 의회 및 중앙정보국(CIA) 관계자들을 만나고 돌아온 여권 고위관계자는 최근 청와대에 이 같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본보가 6일 입수한 이 보고서는 “미국 관계자들은 최근 한국의 관료나 정치인들이 대미 외교에서 한미간에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제기될 경우 ①못들은 체 하거나 ②미국측 의도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덮어버리거나 ③좋은 방향으로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거나 ④나쁜 뉴스는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를 주저하는 행태를 보인다고 불평했다”고 적고 있다.

보고서는 그 사례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1월 초 미국을 방문한 임성준(任晟準) 당시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과의 면담에서 “한국민이 원하면 주한미군은 철수할 것이다. 이 경우 많은 미국인들은 환영하겠지만 한미 양국은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으나 한국측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1개월 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의 특사단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보다 강하고 분명한 어조로 주한 미 지상군 감축과 한강 이남 재배치 계획 등을 통보했으나 한국 내에서 자신의 발언 진위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는 것.

보고서는 또 커트 웰든 등 미 하원의원 방북단 일행이 “북한 백남순(白南淳) 외무상과의 면담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8000여개의 폐연료봉이 재처리 완료단계임을 확인했다”고 밝힌 직후 한국 정부가 “확인해 줄 만한 정보가 없다”는 식으로 답변한 데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최근 방한했던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이 ‘북한의 주장을 장난으로 들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것도 한국측과는 효율적 협의가 어려운 만큼 미국측 계획대로 밀어붙이겠다는 미국측 기류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국회 정보위 민주당측 간사인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미국 내에서 한국과의 정보 협의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확산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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