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과 장관마저 엇박자라면

  • 입력 2003년 6월 6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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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 대통령과 장관들이 엇박자 행보를 보여 혼란스럽다. 장관이 대통령 지시를 비판하고 대통령은 장관이 발표한 사안을 뒤집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정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생각이 이렇게 달라서야 국민이 어떻게 정부를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주가지수선물 부산 이관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정부의 거래소 통합정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헷갈리게 한다. 재정경제부가 부산 이관을 발표한 지 20일 만에 노 대통령은 “부산은 아직 인프라가 안 돼 있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도대체 누구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당초 재경부가 업무의 효율성보다는 부산이 노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점을 감안해 정치적으로 결정하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이 더욱 깊어진다.

한미투자보장협정 체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스크린쿼터에 대한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의 발언은 그가 장관인지 영화감독인지를 의심케 한다. 노 대통령이 청와대 보좌진에 “한미투자보장협정의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대해 이 장관은 “청와대가 방향을 미리 결정했다면 영화인들은 청와대와의 얘기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과 국익마저 무시하겠다는 것인가. 장관이라면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발언해야 한다.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 증설을 놓고 벌이는 청와대 재경부 산업자원부의 엇박자도 마찬가지다. 서로 결단을 미루면서 눈치만 보고 있으니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국가경쟁력을 위해 필요하다면 서둘러 법을 고쳐 증설을 승인하면 된다. 대통령의 코드를 고려하면서 눈치를 볼 사안이 아니다.

대통령이나 장관이 국정 현안에 대해 말할 때는 정부 전체 차원의 조화를 염두에 둬야 한다. 각자 자기 소신을 툭툭 뱉어내듯 말하고 이 말들이 서로 충돌을 일으킨다면 국민은 불안해진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은 상당부분 이런 식으로 대통령과 장관들이 자초한 측면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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