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돈 쓰기 어려워진다…中企-가계 연체 늘어 심사강화

  • 입력 2003년 6월 6일 18시 24분


코멘트
경기침체로 은행 빚을 갚지 못하는 개인과 기업이 늘면서 각 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떨어지지 않고 중소기업 대출이 부실화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시중은행들은 연체대출 회수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중소기업 대출을 억제하고 가계대출도 제한적으로 풀고 있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당초 목표 12∼13%선에서 8% 이내로 낮추고 기업대출 증가율은 12%에서 5% 수준으로 억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5월말 현재 중소기업과 가계 대출 연체율이 각각 4%와 2.8%로, 3월말의 3.74%와 2.7%보다 올라가는 등 연체 대출이 은행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민은행의 월별 대출(기업 및 가계 대출) 증가액은 1월 9674억원, 2월 9106억원에서 3월 1조6639억원으로 치솟았다가 4월 8215억원, 5월 7364억원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방침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려온 은행들은 대출 이자를 내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늘어나자 중소기업 대출도 기피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이 4월 1조800억원과 3500억원에서 5월 7500억원과 1500억원으로 각각 30%와 57%나 줄었다.

우리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4월말 2.94%에서 한 달 만에 3.3%로 0.36%포인트 상승함에 따라 모텔, 식당, 부동산 등 서비스 업종에 대한 신규대출을 중단했고 다른 업종에 대한 대출 심사도 강화하고 있다.

가계대출의 경우 5월 콜금리 인하에 따라 지난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연체율 상승을 우려한 은행들이 대출심사를 까다롭게 하면서 일부 은행의 대출 증가액은 전달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

국민은행의 5월중 가계대출 증가액은 6722억원으로 4월의 6501억원에서 소폭 늘었고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5142억원에서 4496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은행들의 대출 기피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은행 대출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대출의 신용위험지수는 1·4분기(1∼3월) 26에서 2·4분기(4∼6월) 44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신용위험지수가 높을수록 대출의 위험도가 높다고 보는 은행 대출 담당자들이 많다는 의미다.

미래에셋 한정태 애널리스트는 “외환위기 이후 은행 대출은 매년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여 왔는데 은행들이 성장 위주의 전략을 관리 위주로 바꾸면서 올해에는 한 자릿수로 억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