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물의 정거장'…내면의 욕망에 갈등하는 여성

  • 입력 2003년 6월 6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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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정거장/전경린 지음/360쪽 8800원 문학동네

소설가 전경린(41)의 세 번째 소설집. ‘작가의 말’에서 그는 “나의 소설들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여성이, 지극히 완강하고 평범한 삶의 구조 속에서 피워 올린 좀 끔찍하게 찬란한 무지개 같다”고 말했다. 내면의 욕망과 바깥 세계의 질서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을 그려온 궤적을 작가는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메리고라운드 서커스 여인’은 공중에 뜨는 재주를 가진 여자의 이야기.

여자는 어느 날 결혼 생활을 버리고 서커스단에 들어온다. 위태로운 욕망을 따라 세상과 자신을 격리시킨 것. 서커스단의 단장 ‘최모’는 ‘눈 속에 꽃잎이 위태롭게 떠다니는’ 여자를 사랑하지만, 여자의 사랑은 친숙한 느낌을 지닌 류에게 향한다.

여자와 류가 서로를 안았을 때, 문을 열고 들어선 ‘최모’는 말한다.

“당신은 류를 사랑하고 난 당신을 사랑하오. 그리고 류는 내 것이오. 나에게 팔린 몸이지. 나와 함께 떠나면 당신은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소. 그러나 당신이 류를 사랑한다면 나는 그에 상응하는 보복을 할 것이오. 그런데도 류를 사랑하오?”

“류, 제발 두려워하지 말고 두 팔로 나를 안아. 이것이 재난이라 해도, 너를 원해.”소설집과 함께 첫 산문집 ‘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이가서)가 나란히 출간됐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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