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세계사진사'…사진의 역사는 기록과 예술의 갈등

  • 입력 2003년 6월 6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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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진사/장클로드 르마니·앙드레 루이예 편저 정진국 옮김/580쪽 2만5000원 까치

암(暗)상자에서 디카까지. 사진의 탄생과 발전, 그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시대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일식을 관찰하던 ‘암상자’가 있었다. 어두운 방의 한쪽 면에 뚫린 둥근 구멍을 통해 들어온 빛은 맞은편 벽 위에 거꾸로 뒤집힌 이미지를 그려놓는 것이다. 11∼16세기의 많은 저술에서 여러 사람이 이 장치를 천문학 연구에 이용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뒷날 그 구멍에 렌즈를 끼우면 이미지가 한결 선명해진다는 것도 알게 됐다.

17세기에는 이 암상자가 운반 가능한 형태가 됐고 18세기부터 이 광학기구는 다양한 형태와 규격을 가지게 됐다. 루이 자크망데 다게르는 1835∼1837년 금속판을 수은 증기에 쐬어 잠재된 이미지가 드러나게 한 후 그 원판을 염화나트륨 용액에 담가서 이미지를 정착시키는 방법을 개발했다. 2년 후 프랑스 정부는 이 사진술을 공식 인정했다.

이렇게 탄생한 카메라와 사진은 한편으로는 빠른 기록의 매체가 되고 또 한편으로는 이미지를 창조하고 변형시키는 예술이 되어 사람들의 삶 속에 퍼져 갔다. 물론 그 이면에는 일반인까지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과학기술의 기여가 있었음을 빼놓을 수 없다. 결국 사진의 역사는 기록과 예술 사이의 갈등의 역사였다.

이 책은 이렇게 사진의 탄생에서부터 최근 디지털화하며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는 사진의 현황까지 긴 역사를 담고 있다. 프랑스의 앙드레 루이예 파리8대학 교수를 비롯해 사진학 철학 영화학 미술사학 등 관련 분야의 연구자와 사진작가 15명이 공동집필해 사진의 역사를 다양한 측면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1986년 프랑스에서 첫 출간 후 이듬해 영국에서 영어판이 나왔고 1993년 한국어로 번역돼 사진애호가들의 애독서로 읽혀 왔다. 이번 발간된 것은 1990년대 사진의 흐름을 담은 루이예 교수의 글을 추가한 증보판(1998)을 정식 계약해 다시 번역 출간된 것이다.

루이예 교수는 사진이 정보사회의 환경에 제대로 부응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이미지의 세계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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