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편집국장 교체 막전막후

  • 입력 2003년 6월 6일 1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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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는 역시 재빨랐다.

5일 오전 맨해튼 43번가에 있는 본사 건물 3층 편집국. 하월 레인스 편집인과 제럴드 보이드 편집국장이 사퇴를 발표하는 순간 많은 기자들이 소리 내 흐느꼈다. 너무 대조적인 순간이었다. 불과 14개월 전 그 자리에서 터져 나오던 환호성을 기억한다면.

당시 뉴욕 타임스 152년 역사상 가장 많은 7개의 풀리처상의 수상을 지휘했던 레인스 편집인은 69년 제임스 레스턴이후 가장 짧은 21개월짜리 편집인으로 끝났다. 워싱턴 포스트는 "레인스 편집인은 몰락의 씨앗을 스스로 뿌렸다"고 싸늘하게 평가했다.

그러나 그 원인을 가장 상세히, 가장 신속하게 보도한 언론도 뉴욕 타임스였다. 타임스는 6일자에서 4개의 관련기사를 실고 광고업계의 반응과 후임 인선 예상, 그의 몰락 배경을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상명하복식의 그의 지휘는 많은 기자들을 소외시켰다"고 썼다. 정오 편집회의는 더 이상 활발한 토론의 장이 아니라 지시를 받아적는 자리로 변질됐다. 일부 에디터들은 자신들이 속기사로 격하된 듯했다고 말했다. 자율성을 인정받던 워싱턴 지국도 뉴욕 본사의 지시에 순응해야 했다. 기자들이 이반했다.

기자들은 5주전 레인스 편집인과 보이드 국장의 총애를 받던 제이슨 블레어 전 기자가 표절사건을 일으키자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다. 뉴욕 타임스는 어떤 권력 암투가 진행되든 간에 외부에는 일절 알려지지 않는 크렘린 같은, 아니 마피아조직인 돈 코를네오네 패밀리 같은 조직이었다.(슬레이트닷컴)

그러나 지난 5주 동안 타임스 기자들은 언론 전문 인터넷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회사를 비판했고 회사 내부 메모는 외부로 유출됐다. 3일 레인스 체제에 대한 신임을 표시하기 위해 편집국을 방문한 아서 설즈버거 주니어 발행인은 냉대를 당했다.

레인스 체제의 문제점은 스타 위주의 편집국 운영과 자신의 의제를 일선 기자들에게 강요하는 데 있었다. 타임스의 앤드류 로젠설 부국장은 "그는 날카롭고 적극적인 취재를 원했다"면서 "우리가 그렇게 할 때까지 그는 가르치고 북돋우고 으르고 달래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바스토 기자는 대놓고 레인즈 편집인에게 "당신은 듣지 않고 협박하며 총애하는 기자들만 중시한다는 평을 돌고 있다"고 말했다.

타임스에 따르면 존경받는 기자와 에디터들이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결국 당초 레인스 체제를 밀어붙이려던 설즈버거 발행인은 결국 '찢어지는 가슴'으로 두 사람의 교체를 단행했다.

지방신문에 있다가 78년 뉴욕 타임스로 전직, 백악관 출입기자와 논설실장을 거쳐 최고의 영예인 편집인 자리에 오른 레인스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는 기자들은 없다고 타임스는 썼다. 그래서 그를 반대한 기자들까지도 눈물을 보였다.

그러나 신문의 명예는 신문을 운영하는 사람의 경력보다 더 중요한 법.(타임스 6일자 사설).

"가서 악다구니처럼 취재하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이임사를 끝낸 레인스 편집인은 밀짚모자를 꺼내 쓰고 이슬비가 내리는 거리로 떠났다. 이윽고 그 뒤를 보이드 국장이 밟았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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