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아마추어 정치가 위기 불렀다"

  • 입력 2003년 6월 5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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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노무현 정부의 ‘총체적인’ 국정운영 불안과 국가위기 관리능력 부재를 한 목소리로 강도 높게 질타했다.

특히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의원과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주변 의혹을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국정운영시스템 부재=민주당 이강래(李康來) 의원은 “노 대통령의 친노조 성향과 온정주의, 아마추어리즘과 장관들의 대통령 눈치 보기 등으로 위기관리시스템이 총체적 부실 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희규(李熙圭) 의원은 정부가 각종 이익단체의 집단행동에 흔들리고 있다면서 “떼를 지어 떼만 쓰면 통하면 ‘떼∼한민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비판한 뒤 일부 국무위원의 교체를 요구했다.

‘노무현 리더십’도 도마에 올랐다. 자민련 정진석(鄭鎭碩) 의원은 “브라질 최초의 좌파 대통령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야당 재계 주지사와 머리를 맞대며 중도지향의 정책을 펼쳐 취임 5개월 만에 80%가 넘는 지지를 얻고 있다”며 노 대통령에게 ‘실용주의 정책 채택’과 ‘통합적 리더십’을 주문했다. 이강래 의원은 “‘코드’를 강조하고 비주류의 정체성을 고수해 국정운영에서 폐쇄성과 아마추어리즘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저항적 비주류 리더십’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실종된’ 책임총리제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이희규 의원은 “명실상부한 책임총리제가 되기 위해선 총리의 권한을 더 강화해야 한다. 총리실은 1분기 1회씩 각부 장관의 업무를 평가해 발표하고 이에 따른 대응방안을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전재희(全在姬) 의원은 “총리 스스로의 판단에 따르기보다는 대통령 지시에 의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고 총리의 소극적인 행동으로 정책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져 혼선을 가중시켰다”며 “노 정권은 시스템은 없고 인치(人治)만 있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 주변 의혹 논란=김문수 의원은 이날 “노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인 이기명(李基明)씨의 용인 땅 1차 계약서상 새로 드러난 특약사항 중 은행보증채무금(10억3000만원)과 한국리스여신의 보증채무 원리금(18억8500만원) 등을 합치면 실제 거래액은 57억여원이 되는데, 용인 땅이 그 정도 가치가 되느냐”며 “이는 정상적 거래가 아닌 호의적 거래가 명백하다”고 새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또 이씨의 용인 땅 1차 매입자가 강금원(姜錦遠) 창신섬유 회장으로 드러난 데 대해 “강 회장이 공개한 1차 부동산 매매계약서엔 강 회장의 도장이 찍히지 않은 데다 매도 매수인의 기재방식이 서로 달라 조작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금실 장관은 이례적인 ‘신상발언’을 통해 자신의 사생활까지 거론하면서 노 대통령을 적극 변호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강 장관은 “전남편의 빚보증 때문에 언니의 집을 내놓게 됐는데, (나도) 재산 은닉을 위한 명의 이전과 위장이혼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며 “노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비리를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신뢰를 갖고 있고, 그런 신뢰가 국민과 공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대정부질문 요지▼

▽이상희 의원(한나라당)=참여정부는 햇볕정책을 전면 수정하고 그 대신 남북과학기술협력 방안을 추진하라.

▽송석찬 의원(민주당)=대표적 반민주악법으로 역대 정권유지에 악용돼온 국가보안법은 폐지해야 한다.

▽정진석 의원(자민련)=책임총리제는 빈말이 되어버렸고 장관들은 노무현 대통령만 쳐다보고 있다.

▽권철현 의원(한나라당)=고건 내각은 ‘비상경제 내각’이라는 각오로 경제회생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강래 의원(민주당)=대형 사회분규들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국가정보원의 조기경보기능을 가동하라.

▽김문수 의원(한나라당)=불행한 대통령을 막기 위해선 대통령 친인척·측근 비리 감찰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이희규 의원(민주당)=정부 지지도가 떨어진 것은 개혁의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재희 의원(한나라당)=염동연, 안희정씨가 받은 돈이 노 대통령의 정치자금일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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