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 양도세' 당분간 어려울듯…정치권-전문가 찬반 팽팽

  • 입력 2003년 6월 5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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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부과를 둘러싸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공론화를 거쳐 이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이 모두 반대 의사를 밝혀 법 개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세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으며 재정경제부 웹사이트에서도 열띤 사이버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 1가구 과세 필요성 다시 강조=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5일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주택가격 상승으로 생긴 자본 차익은 다른 부분보다 담세(擔稅)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에 맞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형평에 맞다”고 강조했다.

김 경제부총리는 시행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논의 결과 시기상조라고 결론이 나면 유보하고 필요하다고 결론이 나도 2년 정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오규(權五奎) 대통령정책수석비서관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투기가 많아지면 1가구 1주택에 양도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김 부총리의 발언에 무게를 실었다.

권 수석은 “외국은 평생 공제받을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는데 정부가 하려는 것은 건수마다 공제하는 것이므로 더 양호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반대=한나라당은 ‘당론’으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희태(朴熺太) 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1가구 1주택에 양도세를 부과하기로 해 국민이 많이 걱정하고 있다”며 “우리 당은 분명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임태희(任太熙) 제2정조위원장도 “투기 목적이 없는 1가구 1주택에 과세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원칙론에는 공감하면서도 당장 시행하는 데는 반대하는 분위기다.

정세균(丁世均) 정책위의장은 “1가구 1주택 보유자들은 실수요자가 태반이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부동산 투기대책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석(金孝錫) 제2정조위원장도 “1가구 1주택에 과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전제한 뒤 “보유과세를 강화해 부동산투기를 진정시킨 뒤에나 중장기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의견=세제발전심의회 재산과세분과위원인 이만우(李萬雨·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발상부터 잘못됐다”며 “1가구 1주택에 과세해도 투기억제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공제제도 때문에 실수요자들은 세금을 내지 않더라도 세무서에 신고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면서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라고 꼬집었다.

반면 조세연구원 현진권(玄鎭權) 연구위원은 “매수자와 매도자가 거래가격을 정직하게 신고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을 폐지해야 한다”며 “실수요자들의 세금 부담은 전혀 늘지 않고 번거로움도 덜어줄 수 있는 기술적 방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세무사회 정구정(鄭求政) 회장은 “과세기준을 실거래가로 바꾼 뒤 시행하되 법 개정 이전에 집을 산 사람들에게는 소급적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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