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나주 '사랑의 징검다리' 결연

  • 입력 2003년 6월 4일 2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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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이모양(17·2년)은 최근 전남 나주시청에서 자신의 명의로 된 예금통장 하나를 건네받았다. 이양은 3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가출해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사랑의 징검다리 통장’으로 이름 붙여진 이 통장에는 10만원이 입금돼 있었다. 나주시의 한 간부가 만들어준 통장이었다. 그는 이후에도 이양에게 매일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마치 아버지처럼 할머니의 건강, 학교생활, 친구관계 등을 자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전남 나주지역 공공기관과 시민사회단체, 기업체 등이 펼치는 ‘사랑의 징검다리 결연’이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결연사업은 나주시 학교운영위원장 협의회와 참교육 학부모회 나주지회가 처음 제안했다.

두 단체는 올 초 나주지역 51개 초 중 고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전체 학생 1만2500여명 가운데 부모의 가출이나 이혼, 별거 등으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10%를 웃도는 1300여명으로 나타나자 결연을 통해 ‘버림받은 동심’을 보듬기로 했다.

두 단체는 나주시청에 등록된 모든 공공기관 및 단체, 시민사회단체에 협조를 요청했고 기업체에도 동참을 호소했다.

그 결과 지난달 22일 나주시청 회의실에서 공공기관 및 시민사회단체 58개, 기업체 20개 등이 결손가정 청소년 78명과 1대1로 결연하는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결연식에서 단체 대표들은 결손가정 청소년들과 손을 맞잡고 후원자가 될 것을 약속하고 10만원씩이 입금된 예금통장을 전달했다. 이들은 3일 뒤인 25일에 다시 만나 광주 페밀리랜드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나주시 학교운영위원장 협의회 최승렬(崔勝烈) 사무국장은 “처음 결연식 때는 아이들이 굳게 닫힌 마음을 쉽게 열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다”며 “지금은 아이들이 먼저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등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결연사업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매일 집에 전화하기’, ‘휴일에 놀아주기’ 등 ‘행동수칙’을 정해 실천하고 있다. 단체별로 장학기금 조성을 위한 모금함을 설치해 분기마다 장학금을 전달하기로 했다.

참교육 학부모회 나주지회 김정숙(金貞叔)회장은 “나주시 전체가 한마음이 돼 결손가정의 아이들을 돌볼 수 있어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사랑과 애정이 필요한 모든 아이들에게 후원자가 생기는 그날까지 결연사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나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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