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탈북자 美의회 증언 까맣게 몰라

  • 입력 2003년 6월 4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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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마약개발 실태를 공개 증언해 미 언론에 대서특필됐던 2명의 탈북자가 정보당국의 확인 결과 신분과 정보내용을 과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가정보원측은 3일 이 같은 내용을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보고했다.

국회 정보위 관계자는 4일 “지난달 20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 검은 두건을 쓰고 나와 증언한 2명의 탈북자 가운데 자신을 북한의 미사일 유도시스템 개발에 관여했던 기술자라고 소개한 사람은 실제로는 무기제조 공장의 하위직 노동자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탈북자는 자신이 미사일 공장의 책임자로서 이란에 가서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 적이 있고, 북한 미사일 부품의 90%는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했으나 그는 그런 내용을 알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이 국정원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또 자신을 전직 북한 고위관리라고 소개한 탈북자가 북한이 1980년대부터 대대적으로 아편 재배를 시작해 일본 한국 외에 중국 홍콩 마카오 러시아 등지에 팔고 있다고 밝힌 것도 과장 증언이라는 것. 국정원측은 그가 우리의 군청 하위직원에 해당하는 군 단위 보위부원 출신이어서 북한 전체의 마약 실태를 소상히 파악키 어려운 위치라고 전했다.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탈북자들이 자신의 정보가치를 높여 미국으로 이주할 기회를 얻으려는 계산 때문에 무리한 과대 과장 증언을 한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함 의원은 특히 “친척을 만나러 간다며 미국에 간 탈북자가 이틀 만에 상원 청문회장에 설 만큼 미측과 치밀하게 협의를 했는데도 우리 당국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며 “탈북자관리에 구멍이 뚫렸을 뿐만 아니라 한미 당국간 정보교류와 협의가 단절됐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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