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라인하트 드리프테/EU의 ‘靜中動’ 북핵대응

  • 입력 2003년 6월 4일 18시 10분


코멘트
유럽연합(EU)의 최대 관심사는 이라크 전후 처리와 회원국 확대 등의 문제다. 하지만 유럽의 지도자들은 한반도의 현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조용하지만 유용한 역할을 하고 있다. EU의 정책은 협상의 실마리를 유지하고, 북한과 서방의 접촉 범위를 확대하고, 북한에 대해 인도주의적 지원을 계속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럽의 노력의 한 예로는 최근 북한 외교관들과 함께한 영국 런던 워크숍을 들 수 있다. 북한은 4월 말 런던 주재 대사관을 공식 개관하기 위해 최수헌 북한 외무성 부상을 단장으로 한 특별 대표단을 런던에 파견했다. 개관에 맞춰 북한 대표단과 함께하는 소규모 워크숍이 준비됐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초청한 유럽과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는 한반도 상황에 관한 유럽의 우려와 의견을 비공식적으로 북한에 전달할 수 있는 기회였다. 유럽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대량살상무기 수출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중동으로의 미사일이나 미사일 기술 수출은 유럽의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중요한 지역인 중동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이 모임에서 북한 대표단이 중재에 나서려는 유럽과 좀 더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 데 실패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북한 대표단은 심지어 EU가 회원으로 있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과거와 달리 북한 참가자들이 준비된 원고를 읽어 내려가거나, 질문이나 논평에 대해 침묵을 지킨다거나, 또는 읽은 원고의 한 부분을 반복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약간의 발전이 있었다.

유럽에 특히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인권이다. EU는 4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북한의 인권침해 상황을 규탄하고 개선노력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 문제가 워크숍에서도 언급됐다. 북한은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고 어떤 국가도 이 문제에 있어서 완벽하지 않으며 모든 국가가 끊임없이 개선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대신 북한은 매춘, 어린이 학대나 유괴, 마약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U의 강경한 입장에 화가 난 한 북한 참가자는 EU가 좀 더 건설적이 될 때까지 EU와의 공식적인 토론은 연기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EU는 이 문제에 관해 평양을 계속 압박할 것이다.

EU는 1995년부터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 프로그램용으로 2억유로를 지원해 왔다. 또 북한의 농업 복원, 위생과 의료체계 개선, 경영과 행정 기술 훈련 등을 돕고 있다. 워크숍에서 한 북한측 관계자는 이러한 지원을 고맙게 여기며 북한은 사용하는 외화를 달러에서 유로로 교체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가를 개방하고 경제체제를 개혁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는 보고도 있었다. EU의 경제적 지원은 최근 북한의 경제개혁이 지속되도록 도울 수 있다. 북한측은 과거 균등 배분에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쏟았다고 말했다. 교육과 의료는 여전히 무료지만 다른 공짜 서비스들은 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EU의 개입은 현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대화를 계속하도록 돕고 있다. 이는 미국이 대북 대화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처럼 보이는 현 시기에는 특히 중요하다. EU는 5월에 시작한 다자간 대화를 확대하는 것을 지지한다. EU와 북한의 고위급 정치적 첫 대화는 98년 12월에 열렸다. 2000년 1월 이탈리아와 북한의 외교관계 수립 이후 2000년 말 영국 등 여러 나라들이 뒤를 이었다. 프랑스와 아일랜드를 제외한 모든 회원국들이 외교관계를 맺었다. 2001년 5월 EU 의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역사적인 정상회담 이후 EU와 북한은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 EU는 이라크전쟁으로 벌어진 유럽과 미국의 관계 회복뿐 아니라 외교안보정책의 명성 확보를 위해서도 현 한반도 위기를 해결하는 데 유용한 역할을 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EU는 현실적으로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EU는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라인하트 드리프테 영국 뉴캐슬대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