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소사사건’으로 본 부정배트 사례

  • 입력 2003년 6월 4일 17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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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속고 속이는’ 운동이다.

상대의 사인을 훔쳐야 하고 투수들은 안타를 맞지 않기 위해 타자를 속여야 한다. 또 빠른 발을 이용, 공짜로 베이스 도 훔쳐야 한다. 속이는 일이 많은 야구의 특성상 부정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타자들은 부정 방망이를 썼고 투수들은 글러브 안에 이물질(페퍼, 바셀린)을 감춰놓고 이를 사용하기도 했다. 4일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전에서 발생한 새미 소사(시카고 컵스)의 코르크 방망이 사건을 계기로 역대 국내외 프로야구 부정 방망이 사건을 정리한다.

▼관련기사▼

- ‘홈런왕’ 소사 부정배트 “맙소사”

○메이저리그

94년 7월 16일 일어난 ‘앨버트 벨리’ 사건이 대표적이다. 앨버트 벨리은 당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간판타자.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진 라몬트 감독은 경기 도중 벨리가 부정 방망이를 쓴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심판은 벨리의 방망이를 회수해 자신의 라커룸에 보관했다. 하지만 벨리의 방망이가 코르크 배트라는 것을 안 클리블랜드의 동료가 심판 라커룸에 몰래 들어가 정상적인 방망이와 바꿔 놓았다. 벨리가 사용하는 배트의 상표 때문에 ‘바꿔치기는 곧 들통이 났고 나중에 벨리의 방망이를 검사한 결과 코르크 배트로 판명돼 10경기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

97년엔 LA다저스의 윌튼 게레로가 코르크 방망이를 사용했다가 8경기 출전정지와 1000달러 벌금처분을 받았고 96년 신시내티 레즈의 3루수 크리스 사보 역시 같은 이유로 2만5000달러의 벌금에 7경기 출전정지처분을 받았다.

뉴욕 양키스 3루수였던 그레이그 네틀스는 74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에서 ‘슈퍼볼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솔로홈런을 터뜨린 뒤 다음 타석에서 방망이가 부러지며 안타를 쳐냈다. 그런데 부러진 방망이 안에서 작은 구슬 6개가 쏟아져 나오는 게 아닌가. 슈퍼볼은 이 구슬을 가리킨 것. 네틀스는 “한 팬이 ‘행운을 가져다 준다’며 선물한 방망이”라고 해명했다.

○국내와 일본 사례

“방망이에 비아그라 먹였을까봐?” 3일 대구구장. 경기 전 심판들이 삼성 방망이 검사에 나서자 삼성 김응룡 감독이 슬쩍 농을 걸어 주위를 웃겼다. 국내에서 심판들은 이처럼 불심검문으로 타자들의 부정 방망이 사용을 감시하는 게 일반화되어 있다.

부정 방망이에 대한 경계강화가 이뤄진 것은 97년 이후. 그해 5월 LG는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3연전에서 무려 17홈런으로 49점을 빼앗긴 뒤 ‘압축 배트 의혹’을 제기했다. 이 부정 방망이 사건은 당시 국내 야구계를 뒤흔들었고 파장도 컸다. 이 때문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배트를 절단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지만 삼성 방망이는 ‘정상’으로 판명났다. 삼성은 북미산 물푸레나무의 일종인 ‘화이트 애시’를 재질로 한 미국산 미즈노방망이 588자루를 그해 초 미국 베로비치 전지훈련 중 미즈노 미국지사를 통해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99년 9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선 대만의 간판타자 첸친펑(LA다저스)이 압축배트를 들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마야구 규정에선 압축배트에 제재사항이 없어 당시 압축방망이를 버젓이 쓴 것.

국내 프로야구에선 아직 부정 방망이와 관련한 징계가 없다. 일본도 마찬가지. 일본프로야구에선 당초 압축배트가 허용됐으나 논란이 끊이지 않자 일본야구기구(NPB) 규칙위원회가 81년부터 사용을 금지시켰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공식방망이 vs 부정방망이…코르크-압축 금지

야구는 많은 장비가 동원되는 스포츠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방망이와 공. 이 두 가지는 그 제작 방식에 따라 세계야구의 조류를 뒤흔들 만큼 야구에서 중요한 요소다. 실제로 메이저리그는 야구 인기가 떨어질 만 하면 방망이의 강도나 공의 반발력을 높여 공격야구를 유도해왔다. 130년 역사에서 한 시즌 최다홈런 랭킹 1위부터 6위기록까지가 98년 이후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에 의해 수립된 게 그 단적인 증거다. 20세기 초 베이브 루스란 영웅이 탄생한 것도 공의 반발력을 높인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부정 방망이에 대해선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공정한 경쟁과 투수 보호를 위해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방망이 공인 규정에만 5쪽을 할애하고 있다.

요약하면, 표면은 방습을 위한 도포 가공만 가능하며 도료는 담황색, 다갈색, 검정색에 한해 나무의 나이테가 보여야 한다. 또 KBO 총재와 미국 일본 프로야구의 승인을 받은 국산 8개, 미국 15개, 일본 8개의 제품만 사용 가능하다.

물론 코르크나 압축, 알루미늄 방망이 등은 사용 불가다. 심판위원들은 수시로 불심검문이 가능하고 이상이 발견되면 즉석에서 사용금지와 퇴장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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