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영화]'파 프롬 헤븐' OST…스며드는 복고풍 선율

  • 입력 2003년 6월 4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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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인 할리우드 영화를 리메이크한 토니 헤인즈 감독의 ‘파 프롬 헤븐’에서도 역시 고전적인 향기가 감돈다.

헤인즈 감독은 이 영화에서 성정체성과 인종적 자기 정체성에 관한 테마를 혼합시키고 있는데, ‘벨벳 골드마인’의 다소 현란했던 스타일과는 대조적으로 이 영화의 분위기는 차분하고 조용하다.

이렇게 고전적인 할리우드 분위기를 내는데 역할을 톡톡히 한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음악을 맡은 엘머 번스타인이다. 그는 이미 할리우드의 전설이 된 영화음악 작곡가. 1922년생이니까 나이가 여든이 넘은 호호백발의 할아버지다. 1951년에 영화음악에 손을 댄 이후 40년 세월이 넘도록 이 일에 종사하고 있다.

‘앵무새 죽이기’를 비롯해 수많은 할리우드 고전영화의 음악을 담당한 바 있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율 브리너가 주연했던 ‘황야의 7인’의 테마를 만든 작곡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파 프롬 헤븐’에서의 음악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멜로 스타일이다. 신시사이저나 전자 악기를 쓰지 않고 고전적인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음악을 만들어 냈다. 최신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이런 로맨틱한 복고풍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영화를 통해 확인한 것 중 하나는, 이 노장 작곡가가 절대로 ‘작품’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 수십년을 영화음악에 종사했던 사람답게, 그는 거의 본능적으로 장면 뒤에 숨는다.

그렇다고 장면들을 세세하게 미키마우징(Mickeymousing·화면의 동작을 묘사하는 음악을 만드는 것) 하면서 따라가는 것도 아니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담담하게 장면들을 치켜세우는 기술을 탁월하게 구사한다.

젊은 사람이 편곡한 음악처럼 뽐내는 스타일이 아니고 소박하다는 느낌을 주는 스타일. 영화를 방해하지 않고 영화 속에 가만히 스며드는 이런 음악을 만들어 내는 엘머 번스타인의 음악은 어쨌든 영화음악의 한 경지를 보여준다.

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creole@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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