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선과 함께 인양된 동아건설 장외주, 뜨나?

  • 입력 2003년 6월 4일 14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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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돈스코이호
드미트리 돈스코이호

"투기꾼으로까지 매도당하면서 결코 짧지 않은 세월 고생들 많았습니다. 이제는 겸손하면서도 더욱더 냉철해야 할 때입니다."

100년전 침몰한 보물선의 전설이 '대박의 꿈'으로 부활하고 있다.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울릉도 근해에서 최대 150조원 규모의 금괴를 실은채 침몰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전함 '드미트리 돈스코이호' 선체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장외주식시장을 포함, 증권가에 또다시 '보물선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침몰 98주기를 앞두고 날아온 희망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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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2000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돈스코이호의 발굴을 주도했던 동아건설은 현재 파산절차를 밟고 있지만, '전설'을 믿고 있는 소액주주들은 상장폐지된 동아건설 주식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돈스코이호 침몰 98주기를 엿새 앞둔 지난달 23일, '돈스코이클럽닷컴(http://donskoiclub.com)'에 보물선에 실재에 대한 한줄기 희망의 메시지가 전달됐다.

"0박사님의 휴대전화 번호도 바뀌고 해서 오늘 (울릉도의)00민박에 전화했더니 식구들(해양연구소 및 서브씨텍 직원들)이 모두 아침 일찍 떠났답니다."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한 소액주주의 이같은 짧은 상황보고는 보물선 발견을 애타게 기다려온 소액주주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발굴사업을 맡은 한국해양연구소 직원들의 탐사는 오는 7일까지로 예정돼 있었으며, 민박 예약도 7일까지였다.

"그런데 탐사작업이 이렇게 일찍 끝났다면..."

주주들은 돈스코이호 선체가 이미 확인됐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날 장외주식거래 사이트 제이스톡(http://www.jstock.com/)에서는 동아건설 주식이 전날보다 400원이 오른 850원에 거래됐다.이같은 상승률은 2001년 보물선 소동이후 최고.

▼"발견됐나? 왜 발표하지 않나?▼

돈스코이클럽닷컴 게시판에는 발견 소식이 전해진 23일을 전후해 100여건의 게시물이 올라왔으며, 조회수가 5만건을 훌쩍 넘는 등 사이트가 한때 마비될 만큼 관심이 고조됐다.

그러나 이같은 관심속에서도 사업당사자인 동아건설과 한국해양연구소의 공식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소액주주들은 보물선 발견 사실여부와 함께 공식발표이전에 부당한 거래가 있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웠다.

소액주주 대표이자 사이트를 통해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최준영(아이디:왕황제)씨는 지난 29일 지방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발견사실을 가장 먼저 안 것은 국무총리실과 해양연구원, 동아건설파산재단측"이라며 "발견 사실을 아는 사람이 다수인데도 법정관재인이나 법원이 공식 발표를 계속 늦추고, 이런 상황에서 특정인이 장외에서 주식을 대량 매집한다면 부당거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다급해진 소액 주주들은 발표가 늦어질 경우 언론매체와 러시아대사관,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사실을 알리겠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결국 동아건설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선체를 울릉도 저동 앞바다에서 발견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특히 발굴사업을 맡은 한국해양연구원은 "무인잠수정(ROV)을 통해 돈스코이 호의 위치를 추적한 결과 저동 앞바다 2㎞ 지점의 수심 약 400m 되는 곳에서 선체를 발견했다"며 탐사과정과 탐사결과를 담은 비디오까지 공개했다.

그러나 이것이 진짜 돈스코이호인지 여부는 최종 확인작업이 필요하며 보물이 실려 있는지도 아직 확인 안된 상태다.

이날 탐사작업을 맡은 관계자는 "비디오로 찍은 침몰선에 대포가 있고 크기도 비슷한 것으로 보아 돈스코이호가 맞는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앞으로 추가 탐사작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통운, 대아건설도 주식시장서 동반 강세▼

보물선 관련주인 대한통운과 대아건설 주식도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통운 주가는 23일 보물선 탐사팀 철수 소식이 전해진 이후 계속 올라 28일에는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1만1000원에 마감됐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동아건설에 대한 지급보증이 7000억원 규모"라며 "돈스코이호가 보물선으로 판명될 경우 채무가 모두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같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2001년 보물선 발굴을 목적으로 설립된 ㈜골드쉽에 10억원을 출자한 대아건설도 동아건설의 기자회견이 열린 지난 3일 전날보다 350원 오른 3270원으로 마감되면서 '보물선 상한가' 행진에 동참했다.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는…▼

몽고의 러시아 침략을 막은 전쟁영웅 드미트리 돈스코이(Dmitri Donskoi)의 이름을 딴 제정 러시아 발틱함대 소속의 전함.

러일전쟁 막바지인 1904년 패색이 짙던 러시아는 발틱함대로 대한해협을 봉쇄 일본의 보급로를 차단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당시 발트해에 있던 발틱함대는 6개월 만인 1905년 5월 26일 대한해협에 도착했으나 기다리던 일본 해군의 집중 공격을 받았고, 돈스코이호는 5월 29일 울릉도 저동 앞바다에 침몰했다.

최건일 동아닷컴기자 gaego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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