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포커스]연예스타 꿈꾸는 치과의사 3인방

  • 입력 2003년 6월 3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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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치과의사이면서 방송 활동을 겸하고 있는 3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홍지호 이지영 김영삼씨.-전영한기자
현직 치과의사이면서 방송 활동을 겸하고 있는 3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홍지호 이지영 김영삼씨.-전영한기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웬만하면 꺼리는 치과. 그곳에서 만나는 하얀 가운을 입은 치과의사의 이미지도 왠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의사 선생님들이 방송에 출연해 노래를 부르고 개그를 하며 한껏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줘 화제다.

현직 치과의사이면서 방송 활동을 겸하고 있는 홍지호(洪志鎬·41), 이지영(李枝英·30), 김영삼(金永三·29)씨.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그들은 발랄하고 에너지가 넘쳤다.》

홍씨는 형수인 배우 이미숙씨를 따라 아침프로에 나갔던 게 인연이 돼 방송을 하게 됐다. 현재 MBC ‘타임머신’ 등 2개 프로그램에서 패널로 출연 중이다. 가발 쓰고 춤추면서 ‘망가지는’ 그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즐거워한다.

이씨는 5월 ‘EG’란 예명으로 가수에 도전한 새내기 연예인. 첫 음반 ‘스톰(STORM)’이 이달 초 나왔다. 어렸을 때부터 성가대에서 활동한 이씨는 댄스음악이 아니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첫 음반에는 팝 발라드와 가스펠, 랩 등이 고루 섞여 있다.

김씨는 2001년 KBS 신인 개그맨 선발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연예계 경력으로는 가장 선배다. KBS 2TV의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활동 중인 ‘댄서킴’ 김기수, ‘생활사투리’ 김시덕 등이 그의 연예계 동기. 2년여 무명 생활 끝에 그도 요즘 ‘안다 박사 김 박사’로 인기몰이 중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전문직종의 이들이 방송 활동에 몰두하는 이유는 뭘까. 이들은 병원 운영만으로도 보통 월급쟁이의 몇 배에 달하는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어려서부터 남 앞에 서서 웃기거나 노래하는 것을 무척 좋아했어요. 그걸 ‘끼’라고 하는 거겠죠.”(이, 김)

“방송은 병원에서 생긴 스트레스를 말끔히 날릴 수 있는 좋은 취미생활입니다.”(홍)

방송인 중에는 유달리 치과 의사가 많다. 치과와 방송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라도 있는 것일까.

“치과 진료는 예술성이 어느 정도 요구되잖아요. 그런 속성 때문에 연예계로 많이 진출하는 것 아닐까요.”(이)

“치과의 특성이 예약제인 데다 응급상황이 많지 않아 나름대로 여유가 있습니다. 새로운 삶을 추구하고 도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거죠.”(김)

치과의사의 권위를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그들을 곱지 않게 보는 동료들도 적지 않다. 속칭 ‘딴따라’라고도 불리는 개그맨 김씨와 가수 이씨가 더 곤혹스럽다. 김씨는 언젠가 “내 주업은 개그맨”이라고 했다가 동료 의사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적도 있다.

“제가 ‘개그맨은 부업’이라고 말하면 동료 개그맨들의 기분은 어떻겠어요. 건방지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의사와 개그맨 모두 주업이란 제 신념에는 변함없습니다.”(김)

병원 운영으로 화제를 돌렸다. 그러자 모두 불경기 때문에 죽겠다고 하소연이다. ‘스타 의사’들도 불경기를 타느냐고 묻자 그들은 방송활동으로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 전공인 임플란트(치아가 빠진 부위에 인공 치아를 심어 넣는 것) 시술은 중년 이후 연령대가 주 고객층인데 최근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제가 의사답지 않게 비쳤을 수도 있겠지요.”(홍)

“홍 선생님이 불경기라면 우린 말할 필요도 없겠네요. 제가 개그맨이라 그런지 나이 드신 분들이 경망스럽다며 발길을 끊었어요. 하루 종일 사랑니나 뽑아요.”(김)

환자 진료와 방송 출연의 경계선은 어디일까. 홍씨는 금요일 일요일을 뺀 주 5일, 이씨는 매일 환자를 진료한다. 김씨는 일주일에 3일간 진료하고 나머지 날은 동업하는 선배가 진료한다. 의사 가운을 입었을 때는 철저히 일에 몰두하고 병원 문을 나서면 방송인으로 ‘변신’한다는 얘기다.

치과 의사와 방송인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어느 쪽을 택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홍씨는 “당연히 의사”라고 했다. “2년 정도 방송했으니까 할 만큼 했고, 이제는 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개그맨 김영삼’과 ‘가수 EG’의 답은 달랐다.

“저는 항상 치과의사이면서 가수일 겁니다.”(이)

“예단할 수 없습니다만, 방송에서는 철저히 개그맨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방송이 저를 선택한다면 고맙게 따를 생각입니다.”(김)

두 사람 모두 연예인으로서의 삶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하긴 대스타가 된다는 보장만 있다면 누군들 연예계를 떠나겠는가. 그러나 영영 뜨지 못한다고 해도 그들은 무대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루 종일, 한 달 내내 무척 바쁘게 산다는 것이다. 하나의 생(生)으로 두개의 삶을 사는 그들의 치열함이 아름다웠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홍지호 ▼

-1962년 서울 출생

-199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치대 졸업

-1998년 서울 청담동 홍지호·이신정 치과 원장

-2000년 서울대·경희대 치대 외래 교수

-2002년 KBS '당신의 결정' 패널 출연

▼이지영 ▼

-1973년 부산 출생

-1998년 서울대 치대 졸업(치주과 전임의)

-2002년 을지의대 치과과장

-2003년 서울 중구 무교동 EG치과 원장

첫 음반 '스톰(STORM)' 출시, 가수 데뷔

▼김영삼 ▼

-1974년 전북 정읍 출생

-2000년 전북대 치대 졸업(예방치과)

-2001년 KBS 신인 개그맨 선발대회 금상

-2002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람사랑 치과 원장

-2003년 KBS 개그콘서트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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