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의원 30명 특검비판 파문]"지지층이탈 심상찮다" 위기감

  • 입력 2003년 6월 3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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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일 기자회견에서 “대북송금 특검 수사는 정치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한 데 이어 3일 민주당 주류 및 중도파 의원 30명이 “특검이 사법처리에 주력하는 데 대해 우려한다”며 특검에 대해 ‘압력성’ 성명을 발표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검에 대한 여권의 잇단 문제제기 배경=이날 민주당 의원 30명의 공동성명 발표를 주도한 김근태(金槿泰) 의원은 “특검 수사가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어렵게 쌓아온 남북간의 신뢰와 협력관계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검 비판론을 제기한 배경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 관계자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등 남북간의 경협사업에 대해 무리한 실정법 처리가 이뤄지고 있다”며 “특검법에도 남북관계의 본질적인 내용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에 대한 걱정 때문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설명이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이렇게 집단행동에 나서게 된 이면에는 특검 수사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의 이반을 불러오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김영환(金榮煥) 의원은 “민주당 지지층 중에는 대북포용정책이 역사에 남는 업적이라고 보는 사람이 다수다”며 “특검법을 내세운 수사 결과에 대해 민주당 지지자들은 참담한 심정이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정세분석국이 이날 발표한 자체 여론조사 결과도 ‘특검 수사가 향후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반응(전국 평균 56.7%)이 상당한 데다 특히 호남(70.8%)과 민주당 지지층(66.4%)에서 특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과 민주당 주류의 특검 관련 입장 표명은 신당 추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지역의 한 의원은 “특검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신당이 남북화해협력 등 DJ의 업적을 계승하지 않고 단절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론이 확산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노 대통령은 특검을 수용한 당사자로서 이 점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측은 여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대북송금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에 아무 변화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특검성명 민주당의원 30명▼

김근태 김성호 김영환 김태홍

김택기 김효석 김희선 배기운

배기선 송영기 설 훈 신계륜

심재권 이강래 이낙연 이미경

이종걸 이재정 이창복 이해찬

이호웅 임종석 임채정 오영식

장영달 전갑길 정범구 조성준

조한천 허운나 (이상 30명·가나다순)

▼노대통령 최근 특검 관련 발언록 및 주요 사건일지▼

▽5월24일 송두환 특검,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 구속

▽5월27일 노무현 대통령(민주당 의원 부부 초청 청와대 만찬)

“특검법 개정에 여야간 합의가 안된 게 어렵다. 남북관계를 해칠 만한 수사로 달려가지 않게 최선의 노력을 하겠으며 남북정상회담의 가치를 손상하는 결과 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5월31일 송두환 특검, 이기호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구속 수감

▽31일=김대중 전 대통령, “남북관계는 아직도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걱정스러운 점도 많다. 남북이 평화 공존하고 평화 교류해서 평화적인 통일을 이룩하도록 중단 없는 노력을 계속해야 겠다”(‘늦봄 통일상’ 수상 소감문)

▽6월1일=민주당 정균환 원내총무, “특검의 과잉수사와 구속 처리는 남북화해와 통일의민족적 비전에 대한 사법적 테러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정상회담을 수사대상으로 삼은 적이 없다. 사법 테러의 주모자는 특검을 날치기 입법한 한나라당, 이 법을 수용한 현 정부, 소영웅심에서 과잉수사를 하고 있는 송두환 특검이다”(성명)

▽6월 2일 노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

“(대북 송금 과정에서) 권력 남용과 부당 대출의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특검법을 거부할 수 있겠느냐. 다만 특검도 정치적인 문제를 고려해 남북문제 훼손이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정치적 평가 등 두 가지는 하지 않을 것이다”

▽ 3일 이해찬 장영달 김근태 이재정 의원 등 민주당 주류 및 중도파 30명 성명,

“대북 송금은 단순히 실정법만의 잣대로 재어서는 안 된다. 대북 송금 문제는 그 진상은 밝히되 평가는 역사에 맡기는 것이 현명하다”

민주당 박상천 최고위원, “독립검사인 특검을 일단 만든 이상 대통령이 (특검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듯한 언급을 한 것은 적절치 않다. 공개 못할 부분과 역사의 장에 맡겨야 할 부분이 있겠지만 모든 것은 있는 사실대로 수사해야 한다. 그런 게 걱정이 됐다면 처음부터 특검에 맡기지 말고 검찰 수사나 국회 조사에 맡겼어야 한다”(기자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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