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332…아메 아메 후레 후레(8)

  • 입력 2003년 6월 3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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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곤은 누가 턱을 꽉 잡기라도 한 것처럼 현실의 풍경으로 눈을 돌리고 땀으로 젖은 눈을 깜박거렸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형이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형은 윗몸을 구부리고 두 무릎을 잡더니 컥컥거리며 기침을 하고 가래를 뱉었다 파아 파아 파아 파아 파아 파아 파아 파아 짧은 바지 아래로 허벅지와 장딴지의 굵직한 근육이 보인다 그 근육이 분노와 좌절을 표명하고 있는 것 같았다 좌절? 형이 좌절한 것이 아니다 도쿄올림픽이 중지된 것은 형 탓이 아니다 나쁜 일만 너무 많았다 형은 좌절당한 것이다

“파아 파아 파아 파아 파아 파아 파아 파아 빠르네 파아 파아 빨라졌다 니 정도면 1만에서 세계 기록 보유자인 누르미의 기록 30분6초2를 깰 수도 있겠다 파아 파아 파아 파아 하지만도 전쟁이 파아 파아 망할 놈의 전쟁!”

“형이 하라카는 대로 매일 달려서 그렇다”

“파아 파아 매일 달려도 안 되는 놈은 안 되는 기다 파아 파아 파아”

“마라톤 하고 싶다…전쟁이 끝나면”

“전쟁이 언제 끝날지 우째 아노 파아 파아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데”

형은 말을 끊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붕 하는 엔진 소리가 들린다 기체의 그림자가 가늘고 날개 끝이 둥그렇다 하야부사(준)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대나 어디로 가는 것일까 형은 끙 하고 신음을 내지르며 생각났다는 듯 파아 파아 숨을 헉헉거렸다

“뛰자”

형은 엔진 소리를 떨쳐내려는 듯 남천교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내년 3월에 또 낳는 갑더라 당신 전부인이 넷을 낳았으니 나도 무슨 일이 있어도 넷을 낳을 거라 카면서 큐큐 파파” 형의 옆얼굴에는 불행이 오수처럼 넘치고 있었다 큐큐 파파 하고 싶은 얘기가 달리 있을 텐데 나는 긴장했다 “같이 도망칠까” 형은 가칠한 목소리로 말했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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