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SK글로벌 기존주식 100% 소각"

  • 입력 2003년 6월 3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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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글로벌의 채권단과 SK그룹이 SK글로벌 경영정상화를 위한 SK㈜의 출자전환 규모를 확정했다.

채권단은 출자전환에 앞서 SK글로벌의 기존 주식을 100% 소각하고 증권거래소 상장폐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SK글로벌 주 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은 3일 “SK㈜가 SK글로벌에서 받아야 할 국내매출채권 8500억원은 출자전환하고 해외매출채권 6000억원은 모두 탕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SK글로벌이 앞으로 5년 동안 연평균 영업현금흐름(EBITDA·법인세와 이자 및 감가상각비 차감 전의 영업이익)을 4300억원으로 올리기로 했으며 만약 목표치에 미달하면 SK㈜가 1500억원 범위 내에서 추가로 출자전환한다는 조건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자구안은 SK㈜ 이사회가 제시했던 국내채권 4500억원, 해외채권 4500억원 출자전환에 비해 많이 진전된 것이다.

하나은행은 SK 계열사와 소액주주가 갖고 있는 SK글로벌 주식은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고 기업의 실질가치를 반영하는 차원에서 모두 소각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또 SK㈜와 채권단의 출자전환 규모가 SK글로벌의 자본잠식규모(4조3874억원)보다 작아 SK글로벌의 주권이 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이날 오후 운영위원회를 열고 SK글로벌의 구조조정계획을 보고받았다.

SK글로벌 박주철 사장은 SK텔레콤 포스코 등 보유 유가증권과 부동산 등을 팔아 현금 1조원을 마련하고 2005년 EBITDA를 4570억원으로 끌어올리는 계획을 설명했다.

박 사장은 이 같은 자산매각을 바탕으로 2005년까지 부채탕감과 공적자금 투입 없이 자체 구조조정과 영업수익성 제고를 통해 워크아웃을 졸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글로벌의 사업구조는 △정보통신 유통 및 서비스 통합사업 △석유제품 판매네트워크 부가사업 △산업재 중심의 전문 글로벌 트레이딩 △브랜드 중심의 패션유통사업으로 재편 강화된다.

또 직물과 의류수출 및 3국간 교역사업은 세계물산에 영업을 넘기고 신발수출사업은 제3자에 양도하는 한편 사업개발본부 조직도 단말기 및 통신장비 수출입 사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리할 계획이다.

한편 채권단이 합의한 매출채권 출자전환 규모 등을 SK㈜의 이사회가 승인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SK㈜의 이사회는 최태원(崔泰源) 회장, 손길승(孫吉丞) 회장 등 사내이사 5명과 박흥수(朴興壽) 연세대 교수, 김중환(金仲煥) 한국외국어대 교수 등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최 회장이 현재 구속수감 상태여서 재적이사 과반수 출석과 과반수 찬성이라는 의결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2명 이상의 사외이사가 출자전환 규모 등에 동의해야 한다.

특히 5명의 사외이사들은 과도한 출자전환을 승인할 경우 1대 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과 소액주주 및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거나 배임혐의로 고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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