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를 기획한다' 심포지엄 대구병 진단

  • 입력 2003년 6월 2일 21시 43분


코멘트
‘대구는 지금 몇 시인가 .’

대구사회가 직면한 문제점을 통렬히 비판하는 학계의 주장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31일 대구 계명대에서 열린 ‘대구를 기획한다’라는 심포지엄에서 이 지역의 대학 교수 14명이 참가, 정치 교육 문학 예술 등 4개 분야별로 주제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이 심포지엄은 대구가 처한 현실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역 기획사인 ‘예술 마당 솔’이 마련했다.

계명대 홍원식(洪元植·철학) 교수는 ‘대구,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기조 발표를 통해 “대구는 지금 이른바 ‘대구병’을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대구는 개성과 다양성, 상상력이 없는 도시이며 색깔과 향기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다양성의 부족은 서로간의 차이와 그것을 바탕으로 한 대화가 끊어져 닫힌 구조를 띠게 되고 마침내 스스로 굳어져 배타와 고립을 불러오게 된다”며 “지금 대구는 섬처럼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스로 문을 닫고 있는 대구사회의 문제는 자신이 갖혀 있다는 것을 모르거나 아니면 인정하려 들지 않는 것”이라며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변화를 기대할 길이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구병은 제 3공화국의 박정희 정권에서부터 생겨났으며 이 시기에 근대화를 제대로 학습하지 못하고 알게 모르게 집권의식과 소 중앙주의에 빠진 뒤 5,6 공화국을 거치면서 더욱 굳어졌다”며 “김영삼, 김대중 정권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되돌아보고 청산하는 작업을 거치지 않아 대구의 의식, 생각이 성장을 멈춰 버렸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흔히 대구는 보수적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바람직하고 제대로 된 보수인지, 혹시 수구는 아닌지, 누군가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것을 부채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따져 봐야 한다고 지적한 뒤 열려있는, 대화와 변화가 가능한 보수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대구대 홍덕률(洪德律·사회학) 교수는 ‘지하철 참사를 통해 본 대구와 대구 사람들’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참사도 참사지만 사고수습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 지역사회의 ‘자치능력부재’를 확인했고 부끄럽고 한심한 대구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대구시 등 행정당국을 비판했다.

홍 교수는 이른바 ‘대구병’에 대해서 “지역정치권이 동맥경화증을 앓고 있고 정치적 동종교배라는 후진적 구조를 벗어나지 못해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지 않으며 수구병과 연고주의가 심화하고 토론과 활력이 없는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존 질서에 대한 맹목적 집착, 변화에 대한 저항, 현실 안주 등이 대구의 지배 집단이 앓고 있는 ‘대구병’의 증상이라는 게 그는 주장했다.

그는 대구가 다시 태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정치권의 전면적인 혁신, 지방정부의 혁신, 지역언론의 개혁, 지역 대학의 혁신, 시민의식의 혁신 등을 제시했다.

홍 교수는 “대구의 밝은 내일은 중앙 정부가 주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지역민 스스로가 만들어 가야 한다”면서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이 가장 심각하게 누적돼 있는 도시인 대구의 혁신은 ‘한국사회의 거듭나기’라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