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유대계에 빚 진것 없다"…중동정책에 부담없어

  • 입력 2003년 6월 2일 1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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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유대계와 밀착했다’는 평판과는 달리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유대인 그룹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다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일자)는 분석했다.

우선 지지 기반을 놓고 볼 때 부시 대통령에게 유대인 그룹은 ‘어차피 남’이라는 것. 2000년 말 대선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대인의 79%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를 찍었다. 부시 후보 지지는 19%에 불과했다. 게다가 유대인은 전체 유권자의 2%에 불과하다.

또 유대인들이 강경 노선 지지 세력으로 똘똘 뭉쳐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오해다. 지난해 7월 여론조사 결과 미국 내 유대인의 63%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을 지지했다. 11월 조사 때는 찬성률이 87%로 높아졌다.

물론 유대인 강경파들은 신보수주의 사랑방인 미국기업협회(AEI) 등을 통한 강력한 로비능력을 갖고 있다. 이들은 행정부 내 신보수주의 핵심 라인과 끈끈한 인맥으로 연결돼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오히려 부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즉 강경파 유대인 지도자들로서는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으며 이스라엘의 이익을 옹호해준 부시 대통령의 설득을 거절하거나 비난할 명분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중국과의 수교를 과감히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그 자신이 누구보다도 강경한 반(反)공산주의자였기 때문이었듯, ‘이스라엘편만 든다’는 세간의 평판 덕분에 부시 대통령은 어느 대통령보다도 더 큰 재량권을 가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실 부시 행정부는 유대인의 참여가 유달리 적은 정부로 꼽힌다. 빌 클린턴 행정부 8년 동안 유대인 출신 각료가 12명이었던 데 비해 부시 행정부에서는 장관 중 유대인이 한 명도 없다. 현재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리처드 펄 국방부자문위원장, 엘리엇 에이브럼스 국가안보회의 중동문제담당 자문관,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 등이 행정부 내 대표적인 유대인 출신이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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