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이젠 中東"…분쟁종식 팔걷었다

  • 입력 2003년 6월 2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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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01년 1월 취임 후 처음으로 3일부터 3일간 중동을 방문한다.

2000년 9월부터 계속돼온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의 유혈 충돌을 종식시키려는 노력의 하나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 후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는 5회 이상 만났으나 팔레스타인 지도자를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미국과 이-팔 지도자가 3자 회동하는 것도 2000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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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정상회담=부시 대통령은 3일 이집트의 홍해 휴양 도시 샤름알셰이흐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총리,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과 함께 5자 확대 정상회담을 가진다. 4일에는 요르단 아카바 항에서 샤론 총리, 아바스 총리와 함께 3자 정상회담을 갖는다. ‘중동 평화’라는 테마로 2군데에서 2번 회담이 열리는 것.

3자 회담 역시 과거 중동평화 회담의 단골 개최지인 샤름알셰이흐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샤론 총리가 반대했다.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이라크전쟁을 전후해 미국 이스라엘과 샤론 총리를 거세게 비난해왔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입장에서는 3자 회담을 이집트에서 열 경우 무바라크 대통령의 입김이 미칠 것을 우려했으며 미국도 이를 암묵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요르단의 경우 이라크전쟁과 관련해 미국 이스라엘에 대해 비난을 자제했으며 압둘라 국왕이 어려운 중도 노선을 택해 미국의 신뢰를 얻었다. 아카바 회담은 이에 대한 혜택의 하나라는 분석이다.

▽부시의 ‘걸림돌’=부시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그간의 중동 불개입 방침을 폐기한 것이다. 중동 국가들은 이 같은 방침이 사실상 이스라엘 편들기라고 비난해왔다.

그러나 이라크전쟁이 끝남으로써 미국은 이스라엘을 압박할 새 카드를 쥐게 된 셈이다. 아랍 최대 위협을 미국이 제거해줬으니 이제 이스라엘이 미국의 중동 정책에 협조해야 한다는 카드다. 이스라엘 내각은 결국 5월 25일 이-팔 평화정착을 위한 로드 맵(단계적 이행안)을 승인했다.

그러나 USA 투데이 등 미국 언론은 이번 중동 방문은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위험한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로드 맵이 이-팔의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양측 강경파의 의혹과 반발을 사고 있다.

미국이 제안한 로드 맵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001년 3월 이후 건설한 점령지 내 정착촌을 철거해야 하지만 이스라엘 극우파의 반대가 거세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도 로드 맵에 따라 무장을 해제해야 하지만 무장단체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모든 점령지를 반환하고 철군하는 등 ‘실질적인 양보’를 선행하지 않으면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여기에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마지못해 아바스 총리의 국정 운영을 허락했지만 여전히 ‘중동평화 협상 주체’는 자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집트가 그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으며, 3자 회담이 요르단에서 열리게 된 이유 중에는 이 같은 사정도 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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