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여권, 특검에 무형의 압력 행사"

  • 입력 2003년 6월 2일 1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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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최근 청와대와 민주당이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의 핵심에 접근하고 있는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에 무형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압력 행사 중단을 촉구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민주당 의원들과의 청와대 만찬에서 “(특검 수사가) 남북관계와 남북정상회담의 가치를 손상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발언과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가 1일 특검 수사에 대해 ‘사법적 테러’ 운운한 대목이 한나라당을 자극했다.

한나라당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과 집권당의 이러한 망발이야말로 국민을 무시하고 특검을 무력화시키려는 정치적 테러가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특검이 (대북)뒷거래 의혹의 실체에 다가서고 있는 시점에서 현 정권이 특검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특검 결과를 정권의 입맛대로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으로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김 총장은 또 “현재 진행 중인 특검 수사는 사리사욕과 비뚤어진 역사관을 가진 남북 두 정상에 의해 왜곡되고 변질된 정상회담이 원인무효임을 밝혀내는 사법적 정의의 실현”이라며 “(여권은) 억지주장으로 특검 수사를 방해하지 말고 민족과 역사앞에 무릎 꿇고 사죄한 뒤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당 대북 비밀송금 의혹사건 진상규명 특위도 이날 긴급회의를 갖고 노 대통령과 정 총무의 특검 수사에 대한 언급을 특검 수사 방해 행위로 규정했다.

이해구(李海龜) 특위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을 갖고 “특검은 정권보호 차원의 수사를 한다는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되며 현 정부와 어떠한 타협도 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특검 北송금 성격 가닥▼

‘대북송금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가 한 달 보름을 넘기면서 베일에 가려있던 사건의 전모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검팀은 5억달러에 이르는 대북송금 자금의 조성 경위와 송금 과정에 대한 조사를 거쳐 송금을 최초 기획한 배경 및 자금의 성격에 대한 윤곽을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다만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과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이번 사건의 핵심 인사들이 특검 수사에 비협조적이고, 당사자 중 하나인 북한에 대해 수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완전한 진상규명이 이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청와대 개입=특검팀은 당시 산업은행 총재를 지낸 이근영(李瑾榮·구속 수감 중)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당시 이기호(李起浩·구속 수감 중)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한광옥(韓光玉·나라종금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핵심인사들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앞서 특검은 현대상선이 2000년 6월7일 남북정상회담 직전 산은에서 4000억원을 대출받아 이 중 2억달러(약 2235억원)를 국가정보원을 통해 북한으로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나머지 1765억원도 대부분 현대건설로 건너가 현대건설이 북한으로 송금한 1억5000만달러에 포함됐음을 밝혀냈다.

▽남북정상회담용 여부=특검은 아직 대북송금 자금의 성격에 대해 공식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이는 최종 수사결과 발표 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특검은 현재까지 대북송금이 남북정상회담의 대가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검 주변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이 주목적이었든, 부차적인 목적이었든 대북송금과 남북정상회담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며 “수사의 핵심은 남북정상회담과 경협 중 어느 것이 주목적인지를 가리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상회담의 대가’에 무게를 두는 이유는 2000년 3월21일 중국 베이징에서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이뤄진 송호경(宋浩景)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의 3차 비밀접촉 때문이다. 당시 송 부위원장은 박 장관에게 처음으로 김대중(金大中) 정부에 경협자금을 요청했고, 박 장관이 북측의 제안을 수용하자 남북정상회담에 소극적이던 북측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것. 이런 점에서 현대의 대북송금은 남북정상회담 합의의 선결조건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특히 현대가 북측과 7대 경협사업을 잠정 합의한 시점이 2000년 5월이고, 같은 해 8월에야 정식 합의서를 체결한 점으로 미뤄볼 때 박 장관과 송 부위원장의 경협 비밀논의가 대북송금의 실질적 ‘방아쇠’였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특검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가능할지 모르지만 1차 수사만기일인 70일(6월25일)을 넘기지 않고 끝낼 각오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은 대통령에게 요청해 1차 수사에 이어 2차(30일), 3차(20일)로 수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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