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 여론조사 왜곡 논란

  • 입력 2003년 6월 2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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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호주제에 대한 국민의식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 국민의 70%가 호주제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으나 여론조사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을 나와 왜곡 시비를 낳고 있다.

호주제 폐지운동을 벌여온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여성부로부터 공동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예산지원을 받아 4월 16일부터 한 달 동안 ‘2003년 호주제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결과의 핵심은 총 표본 9593명 가운데 70.2%인 6696명이 호주제 폐지에 찬성하며, 80% 이상이 ‘반드시 부성(父姓)을 따를 필요는 없다’는 등 자녀의 성(姓) 결정에 유연한 입장을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가정법률상담소는 1999년 1791명을 대상으로 같은 내용을 조사했을 때 41.7%만이 폐지에 찬성한 것과 비교하면 4년 동안 호주제 폐지에 대한 국민여론이 급상승했음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 조사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여론조사의 전제조건인 표본의 남녀 성비(姓比)가 형평을 잃었을 뿐 아니라 지역별 표본 할당도 잘못돼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총 9593명의 표본 가운데 여성이 62.5%를 차지해 남성(37.5%)보다 훨씬 많은 것. 호주제 존폐에 대한 남녀간 입장 차가 큰 점을 고려할 때 이는 결과를 호도할 수 있는 결정적인 하자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여성 응답자는 82.3%가 호주제 폐지에 찬성한 반면 남성은 50.1%만이 호주제 폐지를 지지했다.또 표본의 지역별 인구비율은 서울 22%, 대구 경북 11.4%, 부산 울산 경남 16.4%, 강원 제주 지역은 4.4% 안팎으로 선정하는 게 정상인데 이번 조사는 이런 여론조사의 기본적인 원칙을 완전히 무시했다.

이번 조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호주제 폐지에 적극적인 서울의 표본 비율이 50%나 됐다. 반면 호주제에 대해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영남지역(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의 표본은 11.2%에 그쳤다.가정법률상담소측은 이에 대해 “전문적인 여론조사 전문가를 동원하는 대신 전국 30개 지부를 통해 조사를 진행했으며 남녀의 비율을 최대한 맞추려고 했으나 미흡했다”며 “그러나 호주제 폐지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해명했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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