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어선 침범' 불안한 연평도 어민들 "꽃게철 무사히…"

  • 입력 2003년 6월 2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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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교전(交戰)이 벌어지지 말아야 할 텐데….” 인천 옹진군 연평도 주민들은 1일 해군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어선에 경고사격을 하자 1999년과 지난해 두 차례 벌어진 서해교전을 떠올리며 불안감에 휩싸였다. 꽃게 잡이가 주 소득원인 연평도 주민들은 5월 26일부터 6월 1일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북한 어선들이 NLL을 넘어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자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봄철 꽃게잡이(3∼6월)가 무사히 끝나기를 기원하고 있다.》

▽어민들의 불안감=1일 조업에 나섰던 연평도 어민들은 해군의 함포 및 기관총 경고사격 소리를 듣고 하루 종일 안절부절못했다.

어민들은 지선어장(지역 어민들만 조업할 수 있는 어장)에서 불과 3마일 떨어진 곳에서 해군과 북한군의 대치 상황을 망원경으로 살피면서 아무 일이 없기를 기원했다.

어민들은 지난해에는 6월 29일 발생한 서해교전으로 인해 꽃게를 제대로 잡지 못한 데다 가을에도 꽃게 어획량이 크게 줄어 어선 척당 5000만∼6000만원의 손해를 보았다.

그러나 올봄 꽃게 잡이가 대풍(大豊)을 이루자 어민들의 얼굴에는 모처럼 미소가 돌았다. 현재 꽃게의 하루 어획량은 지난해보다 4배 많은 4.6t에 이른다. 연평도의 꽃게 잡이 어선은 모두 61척으로 올 들어 척당 평균 2억원의 수익을 올려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소연평도 최동희 어민회장(54)은 “최근 북한 어선들이 자주 NLL을 넘으면서 어민들의 근심이 많아지고 있다”며 “기상 조건 외에 남북한 대치라는 또 하나의 변수가 꽃게 잡이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어선 왜 넘어오나=북한 어선들이 NLL을 넘어와 조업하는 곳은 속칭 레드라인(Red Line)으로 불리는 ‘완충해역’. 육지의 비무장지대(DMZ)처럼 어민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물 반 꽃게 반’이라고 할 만큼 꽃게가 지천으로 널린 곳이다.

3000km²에 달하는 완충해역은 연평도 지선어장(700km²)의 4배에 달한다.

한 어민은 “완충해역에서 조업하면 지선어장에 비해 2, 3배 많은 꽃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우리 어선 일부가 이곳에 들어갔다가 무더기로 조업 정지를 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연평도 일대에서 잡은 꽃게의 상당량을 중국 칭다오(靑島)와 다롄(大連) 등으로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따라서 꽃게를 가장 많이 잡을 수 있는 완충해역을 넘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10t급으로 제한된 국내 어선보다 훨씬 큰 200t급 대’형 어선을 이용해 꽃게를 잡고 국내에서는 조업이 금지된 꽃게 산란기인 7월까지 조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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