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核금지선 넘었나…'핵재처리 마무리 단계' 언급 파문

  • 입력 2003년 6월 2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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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을 방문하고 1일 서울에 온 커트 웰든 미 하원의원.-김미옥기자
평양을 방문하고 1일 서울에 온 커트 웰든 미 하원의원.-김미옥기자
북한이 방북했던 커트 웰든 미 하원의원(공화당·펜실베이니아) 등 의회대표단에 밝힌 핵 보유와 핵재처리 완료단계 언급은 북핵문제의 새로운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북한이 핵재처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으나 고위관리가 ‘핵재처리의 완료단계’를 언급한 것은 북핵문제가 새로운 양상으로 변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북한은 지난달 26일 중앙통신 논평을 통해서도 “8000여개의 폐연료봉 재처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음에도 미국 등이 이를 번역상 오류, 미확인 등으로 해석한 것은 ‘눈 감고 아웅하는 격’”이라며 ‘선전’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북한이 이미 내부적으로 다자회담 수용입장을 정리한 뒤, 협상용 카드를 키우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향한 ‘벼랑끝 대화전술’의 측면에서 이 같은 주장을 되풀이한다는 것.

미국이나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재처리를 넘어서는 안 될 금지선(Red Line)으로 설정하고 북한에 핵재처리를 하지 말도록 촉구해 왔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핵재처리 완료는 미사일 발사 등과 함께 금지선을 넘는 행위이기 때문에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북한의 핵 재처리 완료단계 주장은 국제사회의 북핵 개발 상황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느슨해진 기간을 이용해 핵개발을 되돌릴 수 없는 단계까지 진전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지하 비밀시설을 많이 갖추고 있는 북한이 핵시설이 밀집돼 있는 영변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재처리를 추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북한이 핵재처리 작업을 완료하는 상황이 된다면 북한과의 대화보다는 제재방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국제사회의 대응방향이 전환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북한의 핵재처리 진행단계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2일 “한미간에 북핵 재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히 의견교환을 하고 있지만 별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8000여개의 폐연료봉 재처리가 완료단계라는 정보도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재처리시설 가동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핵재처리시 드러나는 특성이 확인돼야 하지만 아직은 특이동향이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핵재처리시설이 가동되면 특정 색깔의 연기와 수증기 형태의 크립톤 동위원소 및 고열이 방출되고 이것이 인공위성으로 확인되지만 아직은 구체적으로 이 같은 징후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4월 말 영변 핵재처리시설 주변에 사람들과 차량의 이동이 증가함에 따라 핵재처리 징후가 포착되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는 것.

이에 따라 정부는 북핵 진행 상황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12, 13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를 통해 북한의 핵개발 진행상황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 뒤 대응 방침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 TCOG 회의에서 북한이 중국 베이징(北京) 3자회담에서 제안한 ‘대범한 제안’에 대한 3국간의 평가를 공유한 뒤 후속 다자회담의 방향을 결정함으로써 북핵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방향을 정리할 계획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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