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너무도 당당한 尹부총리

  • 입력 2003년 6월 2일 18시 39분


코멘트
“일선 현장이 생각처럼 혼란스럽겠습니까.”

1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사실상 허용하는 시행지침을 발표하면서 보여준 윤덕홍(尹德弘) 부총리의 ‘의외로’ 당당한 모습이 교육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교육부 방침이 너무 오락가락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진심이 통하지 않아 안타깝지만 오락가락한 적이 없다. 이번 발표도 전교조와의 합의 파기가 아니지 않으냐”고 강변했다.

교육부에서 자료관리 방식을 결정해줘야 할 사안을 일선에 떠넘겨 교육현장이 혼란스러워하고 전교조의 집단행동이 우려되는 데 대해서는 “전교조도 크게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낙관했다.

그러나 회견 중 전교조가 연가집회 등 강력한 투쟁 방침을 밝혔다는 속보가 전해져 자신의 발언이 무색해지자 “연가투쟁은 불법행위다. 전교조든 교총이든 원칙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일선 학교에서 NEIS,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 단독 컴퓨터(SA) 중 어떤 방식을 채택할 것인지를 놓고 갈등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윤 부총리의 사태 인식은 너무 안이하고 애써 현실을 무시하려는 것처럼 비쳤다.

윤 부총리는 합의 파기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교조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말을 뒤집은 것만은 분명하다. 발표 문안에 수기가 원칙이라고 적혀 있지만 그동안의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고, 전교조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한 둔사일 뿐이다.

‘수기를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도 교육부가 찾은 묘안이 아니고 시도교육감들이 “이 정도는 돼야 우리가 문제를 풀어볼 수 있다”고 제시해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부총리는 “내가 물러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문제를 풀겠다”며 ‘의지’를 보였지만, 그가 부총리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오히려 사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윤 부총리를 경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의중을 읽었는지 모르지만 윤 부총리의 회견 태도는 사뭇 여유가 있었고 ‘당당해’ 참석자들도 의아해하는 모습이었다. 교육 현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모르는 교육 수장이 또다시 어떤 갈등과 혼란을 자초할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이인철 사회1부 기자 in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