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용인땅 '일상적 거래'와 다르다

  • 입력 2003년 6월 2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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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 이기명씨의 경기 용인 땅과 관련해 청와대가 두 번이나 해명했지만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해 다시 언급하면서 ‘한나라당 소속인 용인시장과 경기도지사가 법에 따라 복지시설 인허가를 처리하면 된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언론과 한나라당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앞으로 용인시와 경기도에서 진행될 인허가 처리가 아니라 올해 초 이루어졌던 이씨 소유 땅의 거래와 용도변경이다.

노 대통령은 “신문이 새까맣게 (이 사건 기사로) 바른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보도를 한다”고 언론에 화살을 돌렸지만 어느 쪽이든 감정으로 대응할 일이 아니다. 노 대통령 말대로 ‘일상적인 거래 행위’라면 그대로 해명하면 될 텐데 이씨는 언론을 피하고 있으며 청와대의 해명은 핵심에 관한 사항을 빠뜨려 시중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실패했다.

자연녹지로 변경된 시점의 용인시장과 경기도지사 당적이 한나라당인 것은 맞지만 관련 자치단체장의 당적이 야당이었다고 해서 모든 의혹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1, 2차에 걸쳐 땅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매수인이 분명하지 않을뿐더러 택지개발지구 주변인데도 보전녹지로 지정되지 않고 개발이 가능한 자연녹지로 지정된 것도 ‘일상적’이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2차 매수자인 소명산업개발 법인설립, 용도변경, 땅의 매매 등이 노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에 이뤄졌다는 점은 이씨의 땅 거래와 사업추진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청와대는 소명산업개발의 실소유자가 윤동혁씨라고 해명했으나 그의 주변에서는 그만한 자금동원 능력이 없다는 증언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노무현 정부와 관련된 직책을 아무 것도 갖지 않은 이씨에 대해 청와대가 계속 대신 해명에 나서는 것은 대통령에게 부담을 줄뿐더러 적절해 보이지도 않는다. 신뢰성 있는 제3의 기관이 조사하고 발표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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