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이 밝힌 대로 화물연대가 몇 달 전부터 거듭 정부에 진정을 냈는데도 누구도 대화창구를 열어주지 않았고 마침내 운송거부 사태가 터졌는데도 며칠이 지나도록 관계부처에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과도기의 시행착오나 실수로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넘은 것이다. 교육부총리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대통령 지시를 ‘무시’한 것이나 외국을 방문 중인 대통령이 청와대에 전화를 걸어도 아무도 받지 않은 것 역시 새로운 관행과 문화로 설명할 수 있는 성질의 사안이 아니다.
이처럼 때 이른 누수현상은 새 집권세력이 국정운영의 대체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기도 전에 탈(脫)권위와 탈기성질서를 서두르다 생긴 구조적인 부작용이라고 해야 옳다. 그리고 권위와 기성질서가 흔들리는 틈을 타 집단이기주의를 바탕으로 한 실력행사와 떼쓰기가 역병처럼 번졌다고 봐야 한다.
노 대통령이 경제와 민생의 총체적이고 절박한 위기에 대한 언급은 생락한 채 해외발행 한국채권의 금리가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노사분규로 인한 손실이 작년보다 크게 줄었다고 ‘홍보’한 것 또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거나 민심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언론에 “왜 대통령만 비추느냐”고 물은 것도 엉뚱했다. 그것은 대통령만 보이도록 한 국정행태의 문제이지 언론의 잘못이 아닌 때문이다.
다만 노 대통령이 자신과 정부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한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왜 잘못했는지는 다시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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