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SK㈜ 잠정합의]SK 그룹해체 최악사태 막아

  • 입력 2003년 6월 2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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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글로벌의 채권단과 SK㈜가 출자전환을 통해 SK글로벌을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쟁점이었던 SK㈜의 출자전환 규모가 잠정적으로 합의됐고 채권단은 이제 SK그룹이 제시한 SK글로벌의 영업현금흐름 전망의 현실성을 따져보고 있다.

양측의 밀고 당기는 신경전은 지난 주말을 고비로 마무리돼 SK글로벌의 경영정상화 방안이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그룹해체 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채권단, SK수정안 긍정적 평가=하나은행과 SK그룹은 지난 주말 물밑협상을 통해 서로가 조금씩 물러나는 선에서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

물론 SK㈜가 조금 더 양보했지만 처음에 제시됐던 채권단 1조4000억원, SK㈜ 4000억원과 비교해보면 대략 중간지점에서 타협을 본 것. 여기에는 SK글로벌을 청산하면 채권단과 SK그룹 모두 손해가 너무 크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채권단은 총대출금의 40%밖에 건지지 못하고 SK그룹은 그룹해체와 계열사 자금압박을 겪게 된다는 현실을 감안해 서로가 양보한 것.

한편 잠정합의안에 대해 채권은행들은 대부분 수용하는 자세를 보였다.

최대채권자인 산업은행이 공식적으로 수용의사를 밝혔고 우리 조흥 국민은행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SK글로벌의 영업현금흐름을 높이는 방안은 현실성이 약간 떨어진다고 보고 이를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다.

▽SK㈜ 이사회 통과가 남아 있다=지난주 SK㈜ 이사진은 “주주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로 출자전환할 수 있는 금액은 4500억원”이라며 채권단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나 채권단이 “SK그룹의 자구안이 미흡해 ‘청산형’ 법정관리를 추진하겠다”며 초강수를 들고 나오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SK글로벌이 청산되면 SK㈜는 SK글로벌에서 받아야 할 2조원을 떼이고 주유소 영업망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 은행권의 여신제재까지 받을 것을 걱정한 것. 이미 채권단의 여신회수로 SK㈜는 원유수입이 차질을 빚고 있어 석유공사가 5억달러어치를 대신 수입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따라서 SK㈜는 “SK글로벌이 청산되는 것보다는 출자전환에 참여하는 것이 주주의 이익에 더 부합된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SK㈜ 이사진이 SK글로벌 청산에 따른 이 같은 결과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당초 채권단 요구사항을 거부한 것은 출자전환 금액을 깎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따라서 SK㈜ 이사회도 주주이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모습을 보여주며 8500억원 출자전환 안건에 동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SK글로벌이 제시한 연평균 영업현금흐름
네트워크사업(두루넷망 임대)2259억원
단말기 및 컴퓨터시스템 유통업(SK텔레콤 단말기 판매)808억원
에너지 판매사업(주유소의 석유제품 판매)758억원
무역업(에너지 화학 철강 패션사업)533억원
합계4358억원
주:영업현금흐름(EBITDA)은 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차감전 영업이익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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