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허허실실 ‘무심투’에 불방망이 녹아나네…SK 조웅천

  • 입력 2003년 6월 2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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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싱커 조웅천
Mr. 싱커 조웅천

프로야구에 또 한명의 연습생 출신 ‘늦깎이 스타탄생’이 예고되고 있다.

주인공은 SK 와이번스의 프로입문 14년차 사이드암스로 투수 조웅천(32·사진). 조웅천은 지난달 28일 잠실 LG전에서 세이브를 보태 16세이브포인트(SP·2승14세이브)로 올 시즌 첫구원 1위에 올라서더니 1일 문학 삼성전에서 다시 세이브를 추가해 17SP로 단독 1위를 질주했다.

조웅천은 지난해까지 주로 중간계투로 나선 무명. 2000년 시즌 최다홀드(16홀드)를 올리며 잠깐 눈에 띄었을 정도다.

프로야구 경기가 없던 2일 오후. 조웅천은 아내 조은주씨(31)와 아들 승원(4), 딸 혜원(2)과 함께 인천 집 인근 식당에서 오랜만에 외식을 했다. 예전과 달리 간간히 그를 알아보는 팬으로부터 사인요청을 받았다. 그만큼 팬들도 그의 요즘 성적을 인정하고 있는 셈.

광주남초 5학년 때 처음 글러브를 잡은 그는 순천상고 3학년 때 어깨가 튼튼하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갑자기 투수를 하게 됐다.

89년 연습생으로 연봉 500만원을 받고 태평양에 입단한 뒤 그 이듬해 정식 지명을 받아 1군무대에 서기 시작했고 95년부터 본격 중간계투요원으로 활약을 시작했다. 2일 현재 491경기 중 불과 11경기만 선발.

96년부터 지난해까지 7시즌 연속 50게임 이상을 소화해내며 역투를 했지만 선발도 마무리도 아닌 그에겐 영광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2001년 친정 현대에서 SK로 트레이드가 됐다.

“아직도 제가 마무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워낙 심적 부담이 심해서요. 천직은 중간계투라고 생각해요. 팀에서 필요로 하니까 마무리를 하기는 하지만 중간계투라고 생각하고 그냥 끝까지 던지는 것 뿐이에요”라고 말한다.

그가 마무리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볼이 위력적이지 않기 때문”.

사실 그는 마무리 투수의 제일조건이라 할 수 있는 스피드에선 명함조차 내밀 수 없다 . 직구 스피드는 최고 138km에 평균 135km로 지극히 평범하다.

그럼에도 조웅천이 지금 잘 할 수 있는 비결은 ‘욕심부리지 않는 무심투’. 남이 가지지 못한 무기도 있다. 시속 120km대 중반인 싱커성 체인지업이 그것. 홈플레이트 앞에 와서 툭 떨어지는 그의 ‘지저분한 볼’에 타자들은 내야땅볼로 물러서기 일쑤다. 여기에 타자의 심리를 읽고 구석 구석 찔러 넣을 수 있는 컨트롤능력이 빠르지 않은 그의 투구를 위력적으로 만들었다.

“제가 잘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대시절부터 호흡을 맞춘 특급포수 박경완과 다시 배터리를 이룬 것이지요.”

조웅천은 모든 공을 포수 박경완에 돌린다.

이래서 조웅천의 무심투는 더욱 무섭다.

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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