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사업 엄두못내"…건설업계 후분양 추가재원 막막

  • 입력 2003년 6월 2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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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달 31일 재건축아파트의 일반분양 시기를 전체 공정 80% 이후로 늦추는 내용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나서자 건설업계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동안 일반분양 수입으로 공사비의 상당 부분을 의존해온 재건축사업이 사실상 후(後)분양으로 바뀌면 사업 지연은 물론 막대한 금융비용을 물어야 하기 때문.원칙적으로는 사업주체인 조합이 추가비용을 충당해야 하지만

수백억원에 이르는 비용부담을 조합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므로 결국 원활한 사업진행을 위해서는 시공사가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2년 뒤의 시장상황을 예측할 수 없어 무리한 자금투입을 꺼리고 있어서 재건축 사업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마땅한 대책이 없다=가장 큰 문제는 건설업체가 이미 수주해 놓은 재건축 사업장. 기존 분양방식에 따라 조합원 부담금과 일반분양가를 책정해 놓았지만 후분양으로 바뀌면 전체 판을 다시 짜야 한다.

정부안에 따르면 개정안 시행일까지 사업신청을 한 단지는 후분양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현재 서울 등 수도권에서 재건축 추진 중인 아파트 20만2000여가구 중 이달 말까지 사업신청을 할 수 있는 곳은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결국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분양가 산정을 다시 해야 하는 셈이다.

A건설사 개발사업담당 임원은 “후분양이 되면 조합원 부담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조합원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느닷없는 정부 정책 변화로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림산업 건설영업본부 송시권(宋始權) 전무는 “현재 상황에서 건설업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업진행을 최대한 서둘러 사업승인 신청을 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틈새시장에 눈돌리는 건설업체=일부 건설업체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지 않은 지방사업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후분양 대상에서 제외되는 지방사업에 치중하겠다는 것.

SK건설 장태일(張台日) 재건축영업담당 상무는 “그동안 서울 등 수도권의 재건축 재개발 수주경쟁이 심해지면서 상당수 건설회사가 대구 부산 등 지방에 수주팀을 대거 내려보냈다”면서 “당분간 서울보다는 지방산업에 치중하는 업체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300가구 미만 주상복합아파트, 오피스텔, 고급형 빌라 등 전매가 자유로운 틈새시장에 눈을 돌리려는 업체도 있다. 대우건설 주택사업본부 서종욱(徐綜郁) 상무는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집중되면 자구책 차원에서 이들 틈새상품 공급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방이나 틈새사업이 건설사들의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분석이 많다.

B건설사 관계자는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2∼3년 동안은 투기수요가 줄지 모르지만 일반분양가는 오르고 사업 불투명에 따라 공급도 줄어들 것”이라면서 “정부는 후분양 적용 대상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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