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당당한 윤 부총리 "그렇게 혼란하겠느냐"

  • 입력 2003년 6월 2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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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한지 1주일만인 1일 고교 2학년 이하에서도 수기(手記)를 원칙으로 하되 학교사정에 따라 NEIS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NEIS를 강행할 경우 조합원 연가투쟁을 하겠다고 교육부를 압박해 지난달 26일 'NEIS 재검토' 결정을 이끌어냈던 전교조는 '합의 파기'라며 더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교육부가 똑같은 사안을 놓고 한번은 교총, 전국교장단, 시도교육감들의 반발을 사더니 이번에는 다시 전교조를 들끓게 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초중고의 97% 이상이 NEIS를 운영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결정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정책당국으로서 교육부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윤덕홍(尹德弘) 부총리의 현실 인식과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 있다. "NEIS 때문에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로 회견을 시작했지만 그의 태도는 의외로 당당했고 여유까지 있어 보였다.

그는 교육부 방침이 너무 오락가락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나는 그런 적이 없고 이번 발표가 전교조와의 합의 파기가 아니다"고 강변했다.

또 교육부에서 자료관리 방식을 결정해줘야 할 사안을 일선에 떠넘겨 교육현장이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지적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혼란스럽겠느냐. 전교조도 크게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견 중 전교조가 연가집회 등 강력한 투쟁 입장을 밝혔다는 속보가 전해져 자신의 발언이 무색해지자 "연가투쟁은 불법행위다. 전교조는 교총이든 원칙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대답했다.

전교조 주장이 옳든 그르든 이날 교육부 발표는 당초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수기가 원칙이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주장하겠지만 말과 상황은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된다. 이마저도 교육부가 찾은 묘안도 아니고 시도교육감들이 "이 정도는 돼야 우리가 문제를 풀어볼 수 있다"고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한다.

윤 부총리는 "내가 물러난나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문제를 풀겠다"고 했지만 자신이 있는다고 해서 해결될 것도 없다는 점이 문제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윤 부총리를 경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교육계 어느 쪽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는 교육수장을 언제까지 감싸주며 혼란을 감수해야 하는지 가슴이 답답하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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