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경북교육계 321명 난치병학생 도와

  • 입력 2003년 6월 1일 22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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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심장병으로 고생하던 아들이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수술이 잘 돼 아이의 키가 훌쩍 커진 것 같아요. 아이가 훌륭하게 자라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경북 포항 월포초교 학부모)

“3년동안 백혈병을 앓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었지만 정말 꿈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엄청난 수술비를 지원해준 덕분으로 이제 수술을 마치고 학교에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경북 영주 동산여자전산고 학생)

심장병이나 백혈병, 근육병 같은 난치병으로 학교를 포기해야 한다면 학생이나 부모의 심정은 얼마나 답답할까.

경북의 교사 학생 학부모 공무원 등 교육가족이 마음을 모아 난치병 학생 돕기에 나섰다. 6월로 꼭 3년째. ‘몸이 아파 학교공부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냥 둘 수 없다’는 뜻이 모아지고 있다.

2001년 5월 학생들은 우유곽과 재활용품을 모으고, 교사 등 교육공무원들은 월급에서 조금씩 떼내고 동전을 모았다. 학부모들은 자동이체 ARS 전화를 돌리고 바자를 열었다. 이렇게 해서 모인 성금이 무려 10억 3000만원. 경북의 학생과 교직원 등 50만명의 마음이 모아진 셈이다. 경북도교육청도 연간 2억원을 지원키로 하고 특별예산을 편성했다.

이같은 정성으로 2001년부터 올 4월까지 심장병 70명, 백혈병 50명 등 321명(17억원)이 도움을 받았고, 이 가운데 34명이 건강을 찾아 학교로 돌아갔다.

사연도 많다. 백혈병을 앓던 학생에게 5000만원을 지원했지만 치료를 하던 중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역시 백혈병으로 공부를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던 경주의 한 분교에 다니는 학생은 5000만원을 지원받아 골수이식 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이다. 난치병 학생을 돕는다는 소문이 나자 대구시에서 경북지역으로 전학을 오는 경우까지 생겼다.

경북도교육청은 치료비를 줄이기 위해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등 전국31개 대형병원과 협력체제를 마련했다. 이들 병원들도 기꺼이 동참해 치료비 혜택을 주고 있다. 농협경북본부도 최근 이웃사랑 예금 판매액 가운데 1억원을 성금으로 냈다.

어떤 학생부터 지원할 것인지는 의사 약사 교원 등 12명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결정한다. 5월 말 현재 경북지역만 하더라도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초중고교생은 심장병 46명, 백혈병 32명, 근육병 31명 등 235명에 이른다.

경북교육가족은 6월부터 난치병 학생 돕기에 다시 나섰다. 경북도교육청 윤영동(尹永東) 교육국장은 “난치병은 치료비가 많이 들어 학부모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마음껏 지원하기는 어려워도 교육계가 힘을 모아 한명이라도 건강을 되찾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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