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노사관계 엄정한 원칙 적용"

  • 입력 2003년 6월 1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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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일 청와대 근처의 한 삼계탕집에서 재계인사 26명과 함께 2시간20분 동안 점심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지난달 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동행했던 경제인과 6일의 일본 방문에 동행할 경제인들을 초청한 자리였다. 노 대통령의 오른쪽에는 이건희(李健熙) 삼성 회장이, 왼쪽에는 구본무(具本茂) LG 회장이 앉았고 손길승(孫吉丞) 전경련 회장 등 경제 5단체장과 정몽구(鄭夢九) 현대자동차 회장, 조석래(趙錫來) 효성 회장, 김승연(金昇淵) 한화 회장 등 국내 굴지의 재벌 총수들이 다 모였다.

이 자리에서 재계 인사들은 특히 “정부가 노사관계를 안정시켜 달라. 불법에 대해서는 필벌(必罰)로 대응한다는 원칙을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노사관계가 산업경쟁력을 해치는 것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 노사관계의 갈등을 푸는 두 바퀴는 대화와 법이다. 이 원칙 아래서 방미 때는 2, 3년 내라고 했지만, 이를 앞당겨서 1, 2년 내에 전반적으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합리적인 노사관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내가 노동변호사로 20년 동안 활동했기 때문에 의구심을 갖는 부분이 있겠지만, 대화와 타협의 틀을 벗어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과 원칙이 적용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한미투자보장협정 체결을 서둘러 달라는 재계의 요청에 대해서는 “걸림돌이 되고 있는 스크린쿼터 문제를 이정우(李廷雨) 정책실장 주도로 해결방안을 마련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고, 공기업 민영화 문제에 대해선 “당초 계획대로 추진한다. 다만 철도와 배전 등 네트워크 부분은 좀 더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오찬이 시작되기 전 사진기자들이 촬영을 하자 옆자리의 이건희 회장에게 “좀 더 가까이 앉으시죠. 사진이 서먹하게 나가면 안 되잖아요. 가까이 있는 사진이 나가면 뭔가 잘 되겠구나 하고 국민이 안심할 겁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오찬행사에 노 대통령은 물론 재계 총수들도 청와대측의 요청으로 노타이에 콤비 차림으로 참석했다.

오찬 장소인 삼계탕집은 노 대통령의 오랜 단골집으로, 노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간 후에도 가끔 이 집에서 삼계탕을 배달시켜 먹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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