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개발 진짜 주인은]'1100억 실버타운' 추진 財力의문

  • 입력 2003년 6월 1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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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李基明·67)씨의 경기 용인시 땅(구성읍 청덕리 산 27의2) 2만평을 매입한 소명산업개발(지금까지 S산업개발로 보도)의 진짜 소유주는 누구일까.

청와대는 1일 해명자료에서 “소명산업개발의 소유주는 윤동혁씨(42)이고 현 대표이사 정모씨(50)는 고용 대표이사”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윤씨와 이씨는 17년 전부터 아는 사이며 이씨가 용인 땅을 처분한다는 소식을 듣고 윤씨가 이씨를 찾아가 ‘용인 땅에 노인복지시설(실버타운) 사업을 해보겠다’며 매입 의사를 밝혀 계약이 체결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씨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소명산업개발의 진짜 소유주이고, 윤씨 역시 이씨의 부동산 개발 ‘파트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소명산업개발의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윤씨는 이씨의 용인 땅을 매입하기 8일 전인 올 2월20일 이 회사를 설립했다. 정씨를 대표이사로, 이모씨(37·여)와 자신의 딸(22)을 각각 감사와 이사로 등재했다.

그러나 감사인 이씨와 이사인 윤씨의 딸은 회사에 출근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테리어 일을 하는 정씨 역시 부동산 개발과는 전혀 무관한 인물. 결국 이 회사는 급조된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윤씨가 1993년 11월1일부터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돼 있는 경기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의 한 단독주택은 타일이나 주방가구를 판매하는 H건업의 영업장으로 현재 문을 닫은 상태다.

영업장에 딸린 주거지도 ‘폐가’에 가까울 정도로 허름해 윤씨가 40억원에 이씨의 용인 땅을 매입하거나 1100억원을 들여 실버타운 사업을 할 정도의 재력가인지도 미심쩍다.

윤씨의 부인과 딸이 1993년부터 수시로 이씨의 집으로 주소를 변경한 것으로 확인돼 이씨와 윤씨가 단순히 ‘아는 사이’가 아닌 ‘양아버지-양아들’ 관계란 주변 사람들의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또 소명산업개발의 감사는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이기명씨의 친인척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씨와 소명산업개발 임원들과의 이런 관계 등으로 볼 때 결국 소명산업개발은 한국리스여신에 갚을 돈을 대출받고 실버타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이씨가 급조한 회사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기명씨와 그의 형, 소명산업개발이 공동으로 용인 땅에 실버타운을 건립할 수 있는지 용인시에 질의서를 보낸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더욱 짙게 한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이씨와 소명산업개발의 부동산 매매 계약 당시 ‘노인복지시설 및 양로시설 건립 사업 등에 소요되는 일체의 인허가 및 사업진행상 필요한 서류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계약 조건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씨가 소명산업개발에 판 땅은 2만여평이고, 용인시에 실버타운 건립을 질의한 땅은 이씨의 땅이 포함된 10만여평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용인〓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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