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정정보시스템 사실상 시행 안팎…예고된 혼란

  • 입력 2003년 6월 1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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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1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과 관련해 고교 2학년 이하에 대해서도 사실상 NEIS를 시행하기로 결정했지만 교육계의 갈등은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윤덕홍(尹德弘) 교육부총리가 결국 NEIS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그동안 오락가락하는 발언을 통해 교육계만 찢어 놓는 ‘아마추어 행정’의 모습을 보여 온 탓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선회 배경=5월 26일 발표한 전교조와의 합의 내용대로 고2 이하는 다시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으로 돌아가는 것은 전국 초중고교의 97%가 이미 NEIS를 사용하는 현실에서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게 교육계의 지적이다.

시도교육감, 전국교장단, 교원단체들이 윤 부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사태가 계속되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주례 오찬회동에서 고건(高建) 국무총리에게 직접 챙길 것을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고 총리는 지난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유인종(劉仁鍾) 서울시교육감을 만났다. 유 교육감은 “NEIS가 아니고는 절대 수습이 안 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고 총리는 이에 따라 31일 고위정책조정회의를 긴급 소집해 NEIS 강행 결정을 내렸다. 고 총리가 직접 개입하고 나선 것은 윤 부총리가 현 사태를 책임지고 해결하기엔 이미 신뢰를 잃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고 총리는 31일 회의에서 윤 부총리를 공개적으로 강하게 질책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학교가 혼란=교육부가 고2의 3개 영역에 대해 수기나 NEIS, CS, 단독 컴퓨터(SA)를 허용함으로써 일선 학교에서는 어떤 방식을 채택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게 됐다.

NEIS 사용 학교가 대부분이어서 많은 학교가 NEIS를 쓸 것으로 전망된다. CS나 SA에 비해 사용하기 편하고 정부가 NEIS 시행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불편한 수기를 하거나 CS나 SA를 쓰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러나 일선에서는 NEIS 사용을 주장하는 교장이나 비전교조 교사들과 전교조 교사들이 다시 싸우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국교육정보담당자협의회 김형운(金衡雲·과천여고 교사) 회장은 “학교에서 알아서 결정하라는 것은 시간 낭비와 혼란만 가중시키고 내년 2월에 다시 통합해야 하므로 교사들이 이중고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가 전교조를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공동 투쟁을 전개하고 20일 전 조합원 연가집회를 강행할 경우 이미 ‘불법행위’로 규정한 교육부가 참여교사에 대한 징계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어 또 다른 갈등이 빚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연가투쟁 교사에 대해 주의 경고 징계 등의 조치는 하겠지만 전교조 창립 때와 같은 대량 해직 등의 조치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관련단체 반응=전국 시도교육감은 교육부 결정을 환영했고 교원단체들은 전보다 태도가 다소 누그러진 것처럼 보인다.

한국국공사립 초중고교장회장 협의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정책을 정할 권한과 의무를 가진 교육부장관이 이를 포기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책임을 현장에 미뤄 전국의 교육현장을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위험을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은 정부가 NEIS 시행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최종 결정권을 학교 단위에 위임해 학교 내 갈등과 혼란을 야기할 여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전교조도 “교내에서 교원단체나 교사간에 분란이 생길 가능성이 많아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현장 교사들에게 갈등을 전가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영도중 강준석(姜俊錫) 정보담당 교사는 “이전보다 진일보한 발표이기는 하지만 교육부에서 좀 더 명확한 지침을 내리지 못해 아쉽다”며 “현재 수기를 사용하는 학교는 없고 CS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결국은 NEIS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NEIS 관련 합의내용과 시행지침 내용 비교
교육부-전교조 합의( 5월26일)교육부 세부시행 지침(6월1일)
NEIS 27개 영역 중 24개 영역은 NEIS로 운영한다. 다만 인권위 권고를 존중해 교무학사, 보건, 입학진학 등 3개 영역은 NEIS 체제 시행을 전면 재검토한다.교무학사 등 3개 영역에 대해 인권침해 소지가 현저히 많은 항목 우선 삭제한 뒤 시행한다.
올해 대입 차질 없게 고3에 한해 NEIS로 운영한다. 고2 이하의 3개 영역은 내년 2월 이전까지 한시적으로 NEIS로 시행한다. 고2 이하는 정보화위에서 최종 결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3개 영역은 일선 교사가 수기로 하되 NEIS, CS, SA 등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선택해 사용한다.
법률, 정보, 현장교사들로 정보화위원회를 새로 구성해 올해 12월31일 이전까지 인권침해, 관련 법률 보완 등 모든 검토 끝낸다. 정보화위는 법률, 정보, 교육전문가 등 각계 전문가로 6월 중 구성하고 교원단체 등 이해당사자는 배제하고 전문가 추천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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