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취임 100일, 자성으로 새 출발을

  • 입력 2003년 6월 1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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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이틀 뒤 취임 100일을 맞는다. 청와대는 지난 100일의 가장 큰 변화로 ‘권위주의적인 제왕적 리더십에서 탈(脫)권위주의적인 수평적 리더십’으로의 전환을 꼽았다. 그 성과로는 총리와 내각의 권한과 역할 확대, 청와대 조직의 참모기능화, 국회와 야당 존중의 협력정치 구현, 정도적(正道的) 언론관계 확립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청와대의 자평(自評)에 대해 얼마나 많은 국민이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국가의 리더십이 권위주의에서 벗어나는 것과 권위 자체를 잃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부는 그동안 노사문제 및 사회세력간 이해 갈등에서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법의 적용보다는 한편에 치우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스스로 권위를 약화시켰다. 결과는 국정 혼선을 부르고 국민 통합을 저해했을 뿐이다.

총리와 내각의 권한과 역할 확대 주장도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노 대통령은 언론이 대통령 중심으로 보도하는 바람에 총리의 역할이 과소평가됐다고 말했지만 그동안 주요 국정 현안에서 총리가 중심이 되어 내각을 이끈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문제가 있을 때마다 예외 없이 대통령이 나섰고 장관들은 ‘대통령과의 코드’를 맞추는 데 급급한 인상을 주었다. 전교조 문제를 비롯해 각종 현안 해결에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것 역시 청와대 조직의 참모기능화와는 맞지 않는 얘기다.

여야 합의로 부적절 의견을 낸 인물에 대해 임명을 강행한 국가정보원 인사 등에 비추어 ‘국회와 야당 존중’도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 더구나 편가르기식 대응으로 ‘분열과 반목’을 확대 재생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언론정책에 대해 ‘정도적 언론관계 확립’이라고 자평한 것은 집권측의 언론관이 여전히 균형 감각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일이다.

이제 노무현 정부는 지난 100일간의 시행착오에서 벗어나 새 출발을 해야 한다. 새 출발을 하려면 무엇보다 냉철한 자기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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