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성공사례들]과감한 할인-경품으로 불황 이긴다

  • 입력 2003년 6월 1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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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에게 불황이라는 단어는 ‘내년 월급이 오르지 않을 수 있다’는 미래의 이야기다. 하지만 창업자들의 불황은 ‘지금 손해를 본다’는 현재형 사건이다. 6개월간 장사가 안 되면 폐업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한국창업전략연구소가 자영업자 8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미 대부분 창업자들이 20∼40%의 매출 감소를 경험하는 중이다. 하지만 전쟁시 영웅이 등장하듯 불황 속에서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창업자들이 적지 않다. 일본 경영인 전기(傳記)의 제목처럼 ‘불황 또한 좋다’는 이들의 전략과 지략을 들어봤다.》

▽과감한 할인·경품 전략=인천에서 맥주집을 운영하는 김종수씨(42). 지난해 말 하루 80만원이었던 매상이 올해 초 25만원까지 떨어져 밤잠을 잘 수가 없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점포를 내놓았지만 턱없이 낮은 권리금만 부를 뿐이었다.

이제 손해를 보고 가게 문을 닫든지, 아니면 마지막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

김씨의 승부수는 ‘게릴라식 파격세일’이었다. 특정한 날을 정해 500cc 맥주를 단돈 500원에 팔았다. 또 맥주집에선 보기 드문 명함 모으기 행사도 시작했다. 명함을 남기고 간 손님을 대상으로 무료 안주부터 접이용 자전거까지 다양한 경품을 제공했다.

“이 뿐 아닙니다. ‘이 정도 수준이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매장 내 청결도와 인테리어 소품, 그리고 종업원의 서비스 질도 크게 높였죠. 위기가 닥치자 우리 점포의 약점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3월부터 슬슬 오르기 시작한 매상은 최근 50만대를 돌파하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소점포 위기 관리 전략
1지속적으로 자신을 알려라.
-아직도 가게를 모르는 고객과 새로 이사 온 고객을 찾아내라.
2고객의 마음을 훔쳐라.
-고객에게 애정을 보여주고, 가게 안에서 작은 추억(기억거리)을 안겨줘라.
3끊임없이 변신하라.
-지금의 가게 상황에서 테이블, 가격 정책 등 뭘 바꿀 수 있는지 생각하라.
4선물을 주라.
-무료를 싫어하는 고객은 없다. 단 선물의 아이템을 신중하게 선택하라.
5상품과 서비스의 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라.
-고객은 변덕을 좋아하지 않는다.
6주변의 변화에 관심을 가져라
-상권을 돌아보며 손님, 경쟁점포, 상권 내 분위기를 분석하라.

▽가격 정책 변경=1월부터 서울 모 대학가에서 보드게임 카페를 시작한 백종헌씨(32). 보드게임 카페는 차를 마시며 판을 이용한 브루마블, 윷놀이, 바둑 등의 게임을 즐기는 카페를 말한다.

적은 창업비용 때문에 다소 외진 곳에 점포를 얻었던 백씨는 주변에 경쟁카페가 7개나 생겨나자 불길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본격적인 불황이 불어 닥친 3월 백씨의 예상대로 매출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백씨는 우선 가격 정책부터 바꿨다. 1시간 게임료 1200원에 음료수를 따로 팔던 가격 정책을 기본 2시간 3000원에 음료수는 무료로 바꿨다. 단순 계산으로 가격은 600원 오른 셈이지만 대부분 음료수를 사 마시는 손님들에겐 음료가 무료라는 점이 큰 매력이었다.

백씨는 여기에 살을 붙였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탁자수를 오히려 줄였다. 가게가 넓고 쾌적해지면서 신입생 손님들의 발길이 늘기 시작했다.

최근 백씨 가게의 매출은 1일 20만원이었던 올 초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백씨는 “불황으로 고객 입장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며 “점심 및 저녁 식사시간에 케이크나 샌드위치를 무료로 제공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귀띔했다.


▽베푼 만큼 돌아온다=경기 안산시에서 6년째 피자가게를 운영 중인 박상집씨(38)에게도 올해의 불황은 만만치 않았다. 월 5000만원 수준이던 매출이 지난해 말 이후 3500만원선까지 떨어졌다.

매출이 줄어들면 판촉도 줄이기 마련이지만 박씨는 그 반대 전략을 택했다. 특히 단순히 판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베풀기’라는 컨셉트를 강조했다.

일단 상권 내 고아원, 양로원의 행사 때마다 찾아가 피자 10∼20판씩을 무료로 제공했다.

반상회, 부녀회를 찾아다니면 무료 시식회도 열었고 아침마다 동네 등산로에선 요구르트와 우유를 무료로 나눠줬다. 그리고 홍보효과가 별로 크지 않은 인근 대학교의 각종 행사에도 적극적인 협찬에 나섰다.

꼭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인심이 넉넉한 가게’라는 이미지를 심어준 것.

이렇게 들어간 판촉비용은 수백만원대이지만 월 6000만∼7000만원으로 늘어난 매출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박씨는 “불황은 가게 주인이나 손님 모두에게 다 힘든 시기”라며 “불황으로 각박해진 손님들의 정서를 파고들었던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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